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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IBM, 구매대행 사업 철수 않는 까닭




양희동
이화여대(경영대학) 교수


최근 삼성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자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매각 방침으로 일각에서 대기업의 MRO 중개업 철수론이 탄력을 받은 듯하다.

 대기업의 철수를 주장하는 가장 주된 논리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다. 즉,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중개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만큼 중소 MRO 회사들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IBM은 PC사업을 중국의 레노보로 이관하면서 고객 기업들의 사업 프로세스 일부를 대행해주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를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 BPO 사업의 주된 영역 중 하나가 ‘구매대행(購買代行)’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 역시 IBM이 상생의 논리로 BPO 분야에서 철수하기를 기대하거나 요구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이 MRO 중개 사업에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첫째 이유는 이들 MRO 중개업자가 매개해 주는 공급업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MRO 중개업자들의 매개 없이는 이들 중소 규모 공급업자들이 대기업과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 반대로 일단 거래가 트이면 이들 기업의 신용도와 브랜드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소 규모 MRO 중개업자들의 경쟁이 심한 산업 구조라면 MRO 공급업자들은 적지 않은 MRO 중개업자들의 네트워크에 가입되어야 할 것이고, 그 유지 비용만도 상당할 것이다.

 둘째, 대기업 MRO 중개업자와 중소 규모 MRO 중개업자 간에 누가 더 투명하고 지속 가능성이 있는가의 문제다. 사실 구매 업무는 구매사 담당자, 공급사 담당자, 중개업자 담당자 간의 담합(談合)이 있으면 구매 자금에 상당한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시장에서의 신용과 경험뿐 아니라 내부 감사체계까지 갖춘 큰 기업이 구매 업무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에 더 우월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거래가 온라인으로 진행될 경우 신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보안, 개인 정보, 시스템의 안정성 등 온라인 특유의 이슈까지 고려하면 대기업의 튼튼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투자에 믿음이 더 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MRO 중개업 분야에 이미 글로벌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그레인저(Grainger)·패스트널(Fastenal)·ICG 등의 기업은 인터넷 온라인 분야까지 겸하면서 글로벌 MRO 중개 시장의 선두주자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연 중소 규모의 MRO 중개업체들이 이들 업체에 견주어 경쟁력 있는 신용도와 부가 서비스로 적절한 대응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생을 외치다가 외국 MRO 중개업자들의 배만 채워 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다.

 MRO 중개 업무는 분명 사회적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이며, 엄연히 상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전문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은 그 지역 및 문화적 상황 때문에 현지 업체가 글로벌 업체보다 잘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현지 업체까지 글로벌 업체에 승산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상생의 논리는 아름답지만 반드시 대기업의 희생과 동의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양희동 이화여대(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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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