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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막힌 18일…500만원 구하려 이 은행 저 은행 뛰어다녔다

시중은행들이 갑자기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막혔다.

정부 대책을 비웃듯 급속히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들에 ‘대출 규모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선 혼란이 일고 있다. 대출이 재개되는 다음 달 초 고객들이 몰리고, 대출이 급증하며 또다시 중단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주택구입이 어려워지면서 전·월셋값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금 분할상환하는 게 아니면 주택담보대출은 받으실 수 없습니다.”(신한은행)

 “오늘부터 이달 말까지 신규대출은 거의 100% 중지됐습니다. 어제 신청하신 분까지만 처리됩니다.”(우리은행)

 “신규대출은 불가능합니다. 외국계 은행을 한번 알아보시죠.”(농협중앙회)

 18일 기자가 각 은행 명동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자 이런 대답들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창구 직원들도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듯했다. “9월엔 대출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정책적 문제라니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용대출도 막힌 건 마찬가지였다. 하나은행 소공동지점에서 신용대출 2000만원을 신청하자 “지금은 승인이 안 나서 대출을 못 받을 것”이란 답을 들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자 창구 직원이 “일단 신청은 해 드리지만 정부의 분위기가 워낙 강해서 확답을 못 드린다”며 미안해했다.

 이날 둘러본 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창구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신한은행과 농협은 전세자금 대출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규 가계대출을 이달 말까지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해 돈줄을 묶었다. 서민금융과 긴급한 실수요 자금을 빼곤 사실상 신규 가계대출이 모두 중단된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 중단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이달 들어 가계대출 폭이 컸던 이들 4개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찮아서다. 지난 6월 당국이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을 내놓았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평소 한 달에 3조원가량 늘던 게 지난달 4조3000억원 늘었고, 이달에도 열흘 동안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지난 6월 발표한 가계대출 종합대책대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구두로 요청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강도 높은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한 시중은행 개인영업 담당 부행장은 “당국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서는 은행으로서 이러한 조치(대출 중단)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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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금융위는 대출 중단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당국 방침을 과도하게 해석해 (대출 중단이라는) 무리한 조치를 취했다”며 은행에 책임을 돌렸다.

 대출 중단이라는 초강수 조치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과 손해는 적지 않다. 은행 대출을 준비하던 고객들은 자금 계획이 엉망이 됐다. 이날 하나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거절당한 회사원 박모씨는 “한 달 넘게 알아보며 준비했던 대출이 하루아침에 막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출을 중단하지 않은 다른 은행이 있긴 하지만, 주거래은행이 아니면 금리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선 지점의 직원들은 “본점의 가계대출 중단 결정이 16~17일 내려왔다”며 “예고 없던 조치에 직원과 고객 모두 혼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서민과 실수요층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양대 하준경(경제학) 교수는 “은행들은 자금의 용도보다는 상환능력을 위주로 평가한다”며 “소득이 적은 사람들,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의 대출이 더욱 곤란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돈 있고, 연줄 있는 사람들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긴급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을 찾으면 결국 소비자 비용 부담만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도한 대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도 의문이다. 한쪽을 묶으면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아직 가계대출이 막히지 않은 국민·기업·외환은행은 다른 은행 고객들이 몰려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이날 한 50대 자영업자는 신한은행에서 생활자금 500만원을 급하게 대출받으려고 했다가 “개인 대출 줄이 막혔다”는 얘기를 듣고 국민은행 명동영업점으로 달려왔다. 그는 “대출에 무리 없을 것”이라는 직원의 말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대출 중단이 이번 달만의 일이라는 보장도 없다. 다음 달 대출이 재개되면 미뤄뒀던 대출이 한꺼번에 나가서 또다시 목표치를 초과할 수 있어서다. 대출 중단에 대비해 미리 돈을 빌려두려는 가수요도 생길 수 있다.

한애란·김혜미 기자, 하지혜 인턴기자(충남대 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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