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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에너지 저가 정책 이젠 거두자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값 등록금’ 문제가 계속 사회적 이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의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대학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낮출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재정지원으로만 해결한다면 대학생이 있는 가구의 부담을 다른 가구에 이전하는 것일 뿐 국민 부담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전기와 가스 요금이 바로 이 같은 ‘반값 등록금’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고유가에 따른 원가 상승 요인을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원의 미수금이 쌓여 있으며, 한전은 3년 넘게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와 농축산물 가격의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취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 정책 탓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오는 에너지 가격을 이렇게 원가 이하의 낮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는 것인가.

 낮은 요금으로 인해 발생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악화는 넓은 의미에서 정부재정 문제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에 정부는 이들 공기업에 대해 추경예산을 통해 약 1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이 쓴 만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의 일부를 에너지 사용량과 상관없이 나머지 국민이, 나아가 다음 세대가 부담토록 하는 방식으로 낮은 요금을 유지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낮은 요금으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 현상이다. 2010년 우리나라 전력과 천연가스의 소비증가율은 각각 10.1%와 20.4%로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올해도 4월까지 전력과 천연가스의 소비는 각각 7.2%, 11.3% 증가해 전체 에너지 소비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볼 수 없는 현상으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와 생활행태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선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가스요금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비싸면 보다 효율적으로 적게 쓰고, 싸면 더 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화훼시설·축사에까지 전기로 난방을 하는 현상을 소비자의 잘못이라 하기 어렵다. 재정에 보탬이 되며 소비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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