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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견금여석




이정재
경제데스크


금속 중 요물(妖物)로 황금만 한 게 없다. 쇠·구리에 비해 쓰임새도 적은 것이 사람 홀리기를 구미호 뺨친다. 잘못 맘 줬다 패가망신한 영웅호걸이 차고 넘친다. 이 요물이 즐기는 게 위기다. 세상이 어려워지면 더 활개를 친다. 요즘이 딱 그렇다. 몸값 치솟기가 하루가 다르다. 올 들어서만 약 25% 올랐다. ‘미친 X 널뛰듯 한다’는 막말 그대로다. 전망도 온통 황금빛이다. 금을 재는 트로이 온스당(약 31g) 1000달러를 처음 넘어선 게 3년 전인데, 벌써 1600달러 고지를 찍고 이젠 2000달러 돌파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걱정이다. 고금 이래 이 요물이 널뛰어서 좋았던 적이 없었다. 심하면 전쟁이 났고 약해도 한 나라 경제가 흔들리거나, 자연이 심각하게 파괴됐다. 오죽하면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번스타인은 “금이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면 저주가 된다(『황금의 지배』)”고 했을까.

 벌써 조짐이 보인다. 십 몇 년 전부터 지구촌 곳곳엔 ‘자박마니(금 찾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산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40만 명의 노동자들이 1년에 약 300t을 캔다. 예전엔 1년에 약 500t을 캤지만 오랜 채굴로 많이 줄었다. 이젠 갱도 깊이만 3000m로 두 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는다. 굴 안 기온은 섭씨 54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호주·말레이시아·루마니아·중국도 금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한국에선 30여 년 전 문을 닫았던 폐광들이 다시 파헤쳐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아마추어 금 캐기 동호인 모임도 활발하다.

 어디 전통적 자박마니뿐이랴. 곡괭이 대신 돈을 질러넣는 ‘신골드러시’도 폭발적이다. 골드뱅킹이며 금상장지수펀드(ETF)며, 금 투자 상품마다 대거 돈이 몰린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1300t을 넘었다. 세계 5위 중국의 1054t보다도 많다. 그만큼 금 투자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줄진 않을 듯하다. 부추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애프터쇼크(Aftershock)』의 저자 로버트 위더머는 “몇 년 안에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뛴다”며 “달러와 미국 국채를 팔고 대신 금을 사라”고 외친다.

 요물에 홀리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재앙은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스는 “금은 다른 광물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며 “금 1온스를 얻으려면 평균 50t의 바위와 흙을 부수고 파헤쳐야 한다”고 전했다. 1년 평균 약 2500t의 금을 얻기 위해 인류가 해마다 40억t의 바위와 흙을 파고 부순다는 얘기다. 광산 채취 감시 그룹인 어스워크(Earthwork)는 보고서 ‘더러운 금속(Dirty metal)’에서 같은 무게의 원석에서 얻을 수 있는 금속 양이 구리는 0.51%, 금은 0.00001%라고 밝혔다. 금과 구리의 차이는 약 5만 배. 금을 얻기 위해 부숴야 하는 원석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금의 탄생에는 중금속 오염도 필수다. 금을 광석에서 추출하려면 청산염을 써야 한다. 청산염은 금과 함께 카드뮴·납·수은도 함께 녹인다. 여기서 금만 빼고 카드뮴, 납 등은 버린다. 금광 주변이 중금속과 청산염으로 가득 차게 되는 이유다. 10년 전 루마니아에선 이런 유독물이 다뉴브강에 흘러들어 1000t 넘는 물고기가 폐사했다. 유독물은 2560㎞ 떨어진 흑해까지 흘러들었다.

 이런 재앙을 막으려면 금값 폭락이 즉효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져봐도 기대 난망이다. 그렇다 보니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명언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고려의 최영 장군이 남기고 600년 세월을 건너 박정희가 1966년 초대 국세청장에 39세의 이낙선을 앉히면서 건넨 한마디다. 견금여석(見金如石)-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정재 경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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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