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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당신들, 정말 이럴 거야 ?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지난 10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책임이 금융 당국에 있는데, 도대체 왜 국회가 이 짓을 하고 있느냐… 용서할 수가 없어요. 왜 국회가 대책을 만듭니까. 정부 책임인데 당신들이 만들어야지.”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격렬하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성토했다. 국회가 예금보장한도를 넘어서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을 내놓자 경제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피해대책 소위 위원장인 우 의원은 그래서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우 의원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당신들’이라는 표현까지 튀어나오자 감정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박 장관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급기야 정두언 특위 위원장이 “내용은 날카롭되 소리는 좀 작게 해 주시기 바란다”고 한마디 했다.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때에도 박 장관은 우 의원의 ‘당신’이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현대 구어에서 2인칭 대명사 ‘당신’의 쓰임새는 크게 두 가지다. 부부나 연인(戀人) 사이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거나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는 아닐 테니, 후자의 용도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저잣거리에서 ‘당신’을 함부로 내뱉으면 “뭐? 당신? 누구한테 감히 당신이야” 하며 당장 멱살잡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재정부 직원들 사이에선 “듣기에 몹시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석에서 다른 경제부처 장관에게 물었더니 “국회에서 수모는 종종 당했지만 아직까지 ‘당신’ 소리까지 듣지는 않았다”며 “인격을 모독하는 국회 질의에는 아예 답변하지 않거나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고 귀띔했다.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말들이 거칠었다. ‘먹통’ ‘왜놈’ 같은 막말이 난무했다.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인 의원이 국무위원이나 기업 총수를 불러 국민의 관심사를 얼마든지 묻고 따질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세거나 자극적이라고 반드시 그 울림이 큰 건 아니다. 말 거칠고 목청 높이는 의원님일수록 질의내용이 빈약해서 ‘수비’하기 쉽다는 게 과천 관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경제 관료를 긴장하게 하는 선량(選良)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같은 이들의 말본새는 결코 거칠지 않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미국에 있을 때 의회방송 C-SPAN을 보면 의원들이 서로 논쟁은 치열하게 하면서도 품위는 끝까지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치인의 언어 공해(公害)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존재감 없이 스러지는 정치인이 아니라 대중에게 관심 받는-설령 그것이 비판일지언정-정치인이 되고 싶은 맘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정치인은 제 부음 기사 빼고는 어떤 기사든 다 좋아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왔을까. 그래도 요즘 국회는 너무 심하다. 자칫하면 참다 참다 다음 총선을 손꼽아 기다리는 국민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나올 수 있다. 당신들, 정말 이럴 거야?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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