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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YS … 두 가지 죄













YS(김영삼)는 역사 발전에 뚜렷한 공적을 남겼다. 유신정권 마지막 해인 1979년, 그는 민중항쟁의 도화선이었다. 80년대 5공 군사정권에 맞서 YS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5공 마지막 해인 87년 그는 DJ와 함께 민주혁명을 이끌었다. 93년 대통령이 돼서는 대대적인 개혁을 주도했다. 이른바 ‘칼국수 개혁’이었다. 공직자 재산 공개와 금융실명제가 핵심적인 것이다.



 YS는 그러나 과오도 많이 남겼다. 87년 후보 단일화 실패로 문민시대를 지연시켰다. 90년엔 집권 욕망에 사로잡혀 마음대로 3당 합당에 나섰다. 대통령이 돼서는 아들의 국정농단과 부패를 방치했다. 집권 막바지엔 외환위기를 초래해 국민을 고통 속에 밀어넣었다.



 98년 퇴임하면서 YS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YS는 퇴임 후에 새로운 잘못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안풍(安風)’ 사건이다. 이 사건은 96년 4월 총선 때 여당인 신한국당이 안기부(현재 국정원) 계좌에서 940억원을 빼내 총선자금으로 썼다는 것이다. 2001년 김대중 정권의 검찰은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기소했으며 1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국고횡령범’으로 낙인 찍힌 후 5선 의원 강삼재는 정계를 은퇴하고 전국을 유랑했다. 진실은 있었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산에만 올라갔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진실은 그러나 영원히 숨겨질 수는 없다. 2004년 2심 재판에서 “청와대 집무실에서 YS로부터 돈을 직접 받았다”는 강삼재의 증언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YS가 대선잔금을 안기부 계좌에 숨겨두었다가 꺼내서 당에 준 것’이라는 관측이 정설(定說)로 돌았다. 노영보 2심 재판장은 문제의 돈은 국고가 아니라 외부자금이라고 판단하고 강삼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92년 대선 때 YS의 요구로 3000억원을 만들어 주었다고 폭로했다. YS측은 부인하지만 이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YS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살포해 대통령이 된 셈이다. 더 큰 잘못은 남은 돈을 숨겨놓았다가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활용한 것이다. ‘개혁의 사도’가 뒤로는 거액의 비자금을 뿌렸으니 이런 위선이 어디에 있는가. 더군다나 YS는 나중에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계속 부인하고 은폐했다. 자신의 심복과 자신이 한때 총재였던 정당이 국고횡령범으로 몰렸는데도 그는 사실을 숨겼다. 조직의 명예보다는 자신의 안전을 앞세운 것이다.



 YS의 또 다른 잘못은 현대사를 난도질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초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외국 정상들이 잇따라 방한을 요청했다. 그 전에는 군사정권, 박정희(처럼) 쿠데타 한 놈들이니까 안 왔다”고 했다. 경제발전을 이룩한 보수·우파 근대화 세력의 뿌리를 ‘놈’이라 지칭한 것이다.



 YS의 독서량은 세계 국가지도자 중에서 최저수준이다. 독서가 부족하니 세계사에 무지한 것이다. 많은 학자는 20세기 역사에서 쿠데타를 통해 국가발전을 주도한 5인의 혁명가를 인정한다. 이른바 ‘위로부터의 혁명’이다. 일본 메이지 천황, 터키 케말 파샤, 이집트 나세르, 페루 벨라스코 그리고 한국의 박정희다.



 박정희가 ‘놈’이라면 터키의 국부 케말도 놈이요 중동 근대화의 선구자 나세르도 놈이다. 조선 500년을 개국한 이성계도 놈이다. 쿠데타라는 방법론만으로 ‘놈’이라고 하는 건 대학 신입생 운동권 수준이다. 따지고 보면 YS가 저지른 3당 합당도 총선 민의를 뒤엎은 쿠데타다. 세계관이 미약하니 욕 소리만 크다.



 79년 박정희 정권이 의원직을 박탈하자 YS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일찍이 역사의 새벽을 열었던 젊은 닭의 외침이 이제는 노계(老鷄)의 처연한 울음으로 바뀌었으니 이것은 무엇인가, 역사의 무상(無常)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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