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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부부 ‘해변의 댄스’...성추행 이미지 희석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미국 정치 속 사진의 힘







‘닮은 꼴’ 백악관 집무실 사진. 1963년 케네디 대통령과 책상 밑에서 노는 아들 케네디 2세(왼쪽). 2009년 9월 공개된 오른쪽 사진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딸 사샤가 소파 뒤에 숨어 있다. [중앙포토]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려 있던 1998년 1월 5일 미국 일간지들이 일제히 한 장의 사진을 실었다. 클린턴이 부인 힐러리와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포옹하며 해변가에서 춤추는 장면이었다. 파란색 ‘커플’ 수영복을 입은 클린턴 부부는 사진을 통해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는 잉꼬 이미지를 과시했다(사진 6). 사진기자들은 대통령 부부가 휴가를 즐기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해변가에서 이 장면을 포착했다. 클린턴은 이틀 뒤 “사생활 침해이긴 하지만 사진 자체는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백악관은 곧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이 계획적이고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진의 보도 시점이었다. 클린턴은 열흘 후면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처지였다. 아칸소주 공무원이었던 폴라 존스를 성희롱했다는 혐의였다. 이에 압박을 느낀 클린턴이 부부애를 과시하는 사진을 연출해 미국인의 동정심과 지지를 유도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조작 여부를 떠나 클린턴의 ‘해변 댄스’ 사진은 미국 정치에서 사진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듀크대의 윌리엄 체이프(역사학) 교수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클린턴 부부의 해변 사진 역시 정치인에게 사진이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비단 클린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에게 사진은 중요한 대(對)국민 소통의 수단이라는 게 체이프 교수의 지적이다. 고(故)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체이프 교수는 케네디가 부인 재클린과 함께 요트 항해를 하는 사진을 예로 들었다(사진 7). “케네디는 사진을 통해 젊음과 로맨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요트 항해 사진은 특히 카멜롯의 전설에 등장하는 아서 왕과 같은 이미지를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기념비적인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케네디의 이미지 정치가 남긴 유산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일종의 ‘오마주(어떤 작품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까지 등장했다. 63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사에 바쁜 케네디 대통령의 책상 아래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아들 케네디 주니어의 사진이 그런 사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은 2009년 비슷한 사진을 공개했다. 오바마가 집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막내딸 사샤가 아빠를 놀래 주려고 소파 뒤에 숨어있는 모습이다. 오바마의 전속 사진작가 피트 수자는 “우연히 포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사진은 케네디 오마주로 해석됐다.



사진에 가려진 진실도 있다.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진이 그렇다. 루스벨트는 1921년 39세의 나이에 급작스레 척수성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 어려웠고 휠체어에 앉아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1932년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루스벨트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은 드문 편이다. 왜 그럴까. 체이프 교수의 설명이다. “루스벨트의 대표적 이미지는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얼굴사진이다. 사진 속에서 루스벨트는 자신감 넘치고 활기에 차 있다. 유권자들은 이 사진을 보며 그가 대공황을 물리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기억한다. 그게 사진의 힘이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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