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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7인 “항상 의심하라, 책 읽지 마라, 숙제하지 마라 … ”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에 참가한 7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9일 토론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레스 알표로프, 고바야시 마코토, 더글러스 오셔로프, 고시바 마사토시,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사회자), 리위안저, 아론 치에하노베르, 로저 콘버그.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들의 토론을 듣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작은 별. 7일부터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의 로고다. “만약 내가 더 멀리 봤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이라고 말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말을 형상화한 것이다.

ASC의 거인들이 또 한번 어깨를 모았다. 아시아의 젊은 과학도에게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9일 KAIST 창의학습관 터먼홀에선 ASC에 참가한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 7명 전원이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 수상자들은 이 자리에서 ‘7인7색’의 조언을 내놨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아무것도 믿지 말라. 항상 의심하라”고 권했고, “평생 한 번도 숙제를 해본 적이 없다”며 ‘나만의 공부’를 강조하기도 했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내용을 정리했다. (※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사회: 어떤 계기로 과학자가 됐나.

 ▶고시바 마사토시: 학부를 끝냈을 때만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대학원 시절 후지산에서 소립자 실험을 하면서 비로소 ‘아,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더글러스 오셔로프: 어릴 때부터 조기 과학교육을 받았다. 이후 캘텍(CALTECH)에 진학해 리처드 파인먼(※1965년 노벨 물리학상) 교수의 강의를 들었는데, 당시 수강생 대부분이 나중에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리위안저: 머리 위로 미군 폭격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자랐다. 폭탄 잔해를 모으러 다녔는데, 그때 가장 안전한 위치는 폭격기 바로 아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배우고 나서 그 과학적 이유를 깨달았다(웃음). 후에 마리 퀴리(※1903년 노벨 물리학상, 1911년 노벨 화학상) 자서전을 읽고 나서 화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로저 콘버그: 내 경우엔 부모님이 과학자라서(※아버지가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아서 콘버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웃음). 고등학교 때 화학실험에 매료돼 평생 화학을 공부하게 됐다.






 ▶사회: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 창의력이다.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리: 학교가 학생들이 성공을 경험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성공을 경험하면 자신감을 얻게 되고, 자신감은 창의성으로 연결된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선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고, 99.9점을 받아도 0.1점을 더 받으라고 다그친다.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가장 해 주고 싶은 조언은 ‘아무것도 믿지 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마라’는 것도. 저자의 지식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책에 쓰여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 항상 ‘왜’ ‘무엇이’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렇게 기른 ‘질문하는 힘’이 나중에 과학자의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콘버그: 지금 세대는 우리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외우고 공부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창의성을 잃게 한다. 나는 일생 동안 숙제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집에 와선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 다른 친구들이 (숙제) 문제를 푸는 동안, 나는 지하실에서 나만의 실험에 푹 빠져 살았다. 내겐 꿈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고바야시 마코토: 과학적 사고에는 크게 분석과 융합의 과정이 있다. 분석은 논리적이고 연속적이지만, 융합은 통찰력이 필요하고 비연속적이다. 과학적 분석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지만, 융합적 사고는 영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 아시아의 기초과학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뒤처져 있다. 이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조레스 알표로프: 동료 한 명이 ‘모든 과학은 응용과학인데, 응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은 미래 응용과 발전의 기반이 된다. 이런 일이 빨리 일어날 수도 있고 좀 늦을 수도 있다. 아시아는 잘할 수 있다. 확신을 가져라.

 ▶콘버그: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똑똑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때만 인재들이 빛을 볼 수 있다. 미국 과학은 기초과학에 투자한 지난 60년 사이에 급속히 발전했다.

 ▶사회: 과학 전공 학생 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리: 노벨상을 목표로 하지 마라. 대신 어떻게 좋은 과학자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 어떤 목표를 갖게 되면 오히려 자기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1등은 한 명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과학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콘버그: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고, 매듭 짓고,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은 노벨상을 받은 것보다 황홀하다. 내가 계속 과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럴 때 느끼는 충만감 때문이다. 노벨상을 타는 것도 커다란 업적이겠지만, 연구할 때 느끼는 개인적 만족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바야시: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문제다. 노벨상은 보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스스로가 즐기는 것을 찾고 그것을 동기로 삼아라.

정리=박방주·김한별 기자

◆ASC=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 , 대만의 리위안저 박사가 2005년 독일 린다우 섬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캠프 ‘린다우 미팅’에 참석한 뒤 “아시아의 린다우 미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07년 타이베이(대만)에서 첫 캠프가 열렸고, 발리(인도네시아)·쓰쿠바(일본)·뭄바이(인도)에 이어 대전에서 제5회 캠프가 열리게 됐다. 올해 대회는 한국물리학회·대한화학회·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기초의학협의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등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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