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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35> 대학 마크의 의미와 역사<상>





중·고등학교 때 자신이 목표로 했던 대학의 마크나 교훈이 담긴 연습장을 써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혹은 그 학교 배지를 가방이나 교복에 달고 다니며 자랑한 적은 없었나요? 각 대학의 마크는 학교의 얼굴이자 상징입니다. 보기에도 좋아야겠지만 그 학교를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의미가 담겨야겠지요. 2회에 걸쳐 각 대학 마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한길 기자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의 상징이 돼 있는 정문. 국립 서울대의 머리글자인 ‘ㄱㅅㄷ’을 합쳐 놓은 모습으로 개교 60주년을 맞아 노란색에서 은회색으로 바뀌었다. [중앙포토]



서울대 진리는 나의 빛





월계관을 바탕으로 펜과 횃불이 X자로 교차하고 있고 그 중간에 책이 놓여 있는 것이 서울대 마크입니다. 다른 대학 마크들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역시 그림 하나하나가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월계관은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경기의 승자에게 씌워주던 것입니다. 즉, 승리를 상징하지요. 학문 등에서 업적과 명예를 쌓아 영광을 얻으라는 뜻입니다. 펜과 횃불은 지식 탐구를 통해 조국의 길을 밝히는 데 앞장서라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대생들 사이에서 슬로건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지요.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가운데 책 속에 ‘VERITAS LUX MEA’라고 적혀 있는 게 보이시나요? 라틴어로 “진리(VERITAS)는 나의 빛(LUX)”이라는 뜻입니다. VERITAS는 다른 대학 마크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서울대 하면 정문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 정문은 서울대가 1975년 지금의 관악 캠퍼스로 옮겨오면서 세운 것입니다. 당시 한 미대 학생이 디자인했다고 전해집니다. 국립서울대학교의 머리글자인 ‘ㄱㅅㄷ’을 합쳐놓은 모습입니다. 원래는 노란색이었는데 지난 2006년 개교60주년을 맞아 지금의 은회색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서울대생 커플들 사이에선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애정을 보여주기 위해 가끔 정문 꼭대기에 올라가는 일도 있다는군요.

 고려대 민족의 상징 호랑이





방패 속에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것이 고려대 마크입니다. 방패 모양은 다른 학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에선 가문의 상징이나 군기(軍旗)에 방패 문양을 많이 그렸는데 대학들도 이 전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보통 ‘무언가를 수호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세운 사람은 유난히 발이 빨랐던 ‘북청 물장수’ 이용익 선생입니다. 임오군란 당시 여주로 피란한 명성황후의 비밀 연락책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마크 속 방패는 바로 이용익 선생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교육을 통해 지키려던 건학 이념을 상징합니다. 방패 아래쪽의 ‘1905’라는 숫자는 설립연도를 가리키는데요. 고려대 동아리 중에는 이 연도를 딴 ‘1905’라는 이름의 밴드도 있습니다. 위쪽의 ‘자유(LIBERTAS)·정의(JUSTITIA)·진리(VERITAS)’는 교훈입니다.

방패 가운데의 호랑이는 한민족을 상징합니다. 호랑이는 설화 등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지요. ‘민족고대’나 ‘막걸리고대’는 한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고려대는 ‘민족’을 강조합니다. 여담이지만 고려대의 개교기념일은 5월 5일(어린이날)입니다. 고려대생들 사이에선 “다른 학교는 개교기념일에 휴강을 하는데 우리는 어린이날이라 소용이 없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있다고 하네요. 고려대는 또 붉은색으로 유명합니다. TV를 통해 매년 가을 열리는 고연전을 보신 분이라면 연세대 쪽 응원석은 파란색, 고려대 쪽은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걸 보셨을 겁니다. 이 붉은색은 정확히는 ‘크림슨’색인데요. 활기와 정열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성균관대 공자의 가르침 상징하는 은행나무





국내대학 중 유일하게 공자탄신일(9월 28일)에 휴교하는 대학.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성균관대학교입니다. 성균관대는 조선시대 최고 유교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후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고 역시 공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산둥(山東)성에 가면 공자가 살던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 도랑 옆에 은행나무가 있는데 공자가 이 나무 밑에서 3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고 합니다. ‘행단(杏檀)’이라고 합니다. 성균관대 마크 속 은행나무는 바로 “공자처럼 좋은 학생들을 기르겠다”는 다짐입니다. 성균관대에서는 기념품으로 은행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선물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마크 속 은행잎이 알파벳 ‘S’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바로 성균관대의 영문명인 SKKU의 머리글자입니다. 은행나무는 유교문화권에서는 자주 등장합니다. 가까운 향교를 가 보세요. 마당엔 꼭 은행나무가 있을 겁니다. 이 역시 공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한양대 개나리의 생명력을 닮아라





한양대를 상징하는 꽃이 뭔지 아시나요? 장미·백합 같은 거창한 꽃을 상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정답은 바로 봄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개나리입니다. 개나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개나리는 추운 겨울을 견뎌 가장 먼저 피는 꽃을 피우고 모래땅이든 습지든 자랄 곳을 가리지 않습니다. 개나리꽃 하나하나는 초라하지만 모여서 꽃밭을 이루며 가장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는 뜻이지요.

 한양대 마크 아래쪽의 꽃잎과 풀잎은 바로 교화인 개나리를 상징합니다. 한양대의 교훈이 ‘사랑의 실천’인데요. 개나리는 이 교훈을 뜻하기도 합니다. 마크 가운데 ‘한양’이란 두 글자를 둘러싼 도형은 한나라 한(漢)자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으뜸과 큼을 의미합니다. 마크의 전체적인 색깔인 남색은 이성과 희망, 청운의 꿈을 나타냅니다. 한양대뿐 아니라 서울대·연세대 등 대학 마크에는 푸른색이 많습니다. 젊은이의 야망을 표현하기엔 푸른색이 제격이겠지요.

이화여대 배꽃 속에 진·선·미 세 글자





이화여대 로고는 1930년에 처음 만들어집니다. 이름처럼 로고에도 배꽃이 둘러져 있습니다. 가운데의 전통 양식 건물은 숭례문입니다. 민족을 상징하지요. 그래서 일제시대 때는 일본이 강제로 로고에서 숭례문과 태극 마크를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숭례문 아래에 진선미(眞善美) 세 글자가 보이시나요? 이화여대가 추구하는 교육목표입니다. “진(眞)리에 기초해 지식을 갈고닦아 인류의 공동선(善)을 위한 덕행과 아름다움(美)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마크 왼쪽의 1886은 이화여대의 전신인 이화학당의 창설연도를, 1945는 종합대학 설립연도를 나타냅니다.

부산대 캐릭터 ‘산지니’





부산대에 가면 웅비의 탑이 있습니다. 흰색 기둥 위에 동으로 만든 독수리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앉아 있는데요. 독수리는 부산대의 상징입니다. 부산대 로고 가운데 위쪽에는 그래서 독수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탑 이름처럼 학문을 펼쳐 도약하고 웅비하라는 뜻입니다.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그 아래 책 모양 속의 도안은 ‘국립 부산대학교’의 머리글자인 ‘ㄱㅂㄷ’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국립 서울대학교의 ‘ㄱㅅㄷ’과 비슷하지요. 부산대는 독특하게 학교 캐릭터가 있습니다. ‘산지니’라는 이름의 귀여운 독수리인데요. 산지니는 독수리와 매 등 맹금류를 일컫는 순우리말이라고 합니다.

경북대 첨성대에서 진리 탐구를





경상도의 ‘경’은 경주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주의 대표적인 유적지라면 첨성대지요. 그래서 경북대 마크 가운데에는 첨성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문화의 정수를 계승하겠다는 뜻입니다. 위쪽의 별 여섯 개는 개교 당시 생겼던 다섯 개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을 각각 상징합니다. 첨성대 위에 별이 자리잡고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첨성대에서 별을 관찰하고 하늘의 이치를 따졌듯이 경북대에서 학문의 진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미이지요. 원 둘레로는 감꽃잎 다섯 개를 둘렀습니다. ‘봉사’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서울대 마크 쓰는 병원만 1000곳
사용료 걷으려다 반발 부딪히기도


기업의 상표나 마크를 허락 없이 사용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대학 마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자신의 대학 로고나 상표를 이용해 기념품을 만들 경우 일정 금액을 사용료로 받습니다. 하버드의 경우 기념품 제작업체가 매출액의 8~9%나 되는 금액을 사용료로 내야 한다고 합니다. 웬만한 만화 캐릭터의 사용료가 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재정난으로 미국 대학들이 스포츠팀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각 대학 팀들이 상표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플로리다주의 그레이드즈 스쿨은 악어를 학교 상징으로 써오다 최근 플로리다대로부터 상표권 침해 통보를 받고 6만 달러를 들여 마크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국내 대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표(서비스업에서 사용하는 상표)를 등록한 대학은 102곳이나 됩니다. 이 중 20개 이상을 등록한 학교만도 서울대 등 14곳에 이릅니다. 서비스표를 학교 동의 없이 사용하면 상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국내에선 스포츠팀보다는 병·의원, 약국, 동물병원, 학원 등에서 대학 마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 상표관리위원회가 동문 병·의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1000여 곳의 병원에서 서울대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대는 지난달 1일부터 이들 병원에 대해 100만~1000만원의 상표 사용료를 걷으려다 동문들의 강한 반발로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표 사용료 징수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학교 마크를 간판에 쓰게 되면 학교가 직접 운영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료 요구는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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