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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사진 찍으러 독도 가는 정치인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일본 국회의원들이 울릉도에 온다니까 독도로 달려가서 군복에 철모 차림으로 보초를 서는 이재오 장관의 모습은 희극적이었다. 독도가 반짝 인기의 무대로 뜨자 국회 독도특위 소속 의원들도 독도에서 회의를 열겠다고 나섰다. 독도특위 강창일 위원장은 지난 5월 다른 2명의 위원들과 러시아·일본 간에 영토분쟁 중인 쿠릴열도를 방문하여 일본을 자극했다. 일본 자민당 신도 의원 일행의 울릉도 방문은 한국 정치인들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대항쇼다. 신도 의원은 강창일 의원의 쿠릴열도 방문의 변을 그대로 패러디하여 울릉도 방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일본과 독도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 국회의원이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땅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는 것은 주권국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인데 일본이 그걸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례한 반응이라는 논리를 폈다. 옳은 말이지만 독도 문제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독도를 둘러싼 소모적인 신경전은 양쪽 정치인들의 국제감각 부재와 단세포적인 현실 인식이 빚는 희비극이다. 눈앞에 전개되는 일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는 본능적·직관적인 방법과 지성적인 방법이 있다. 본능적인 방법은 사물·사건을 그것 자체만으로 이해할 뿐 다른 사물·사건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다. 독도 문제에서는 자신들의 행동이 독도보다 높은 차원의 한·일관계에 어떤 부담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개념적인 이해력이 부족하다. 최소한의 지성을 가진 사람은 사물·사건을 전체의 관계 안에서 추상화하여 보는 안목을 가졌다. 그런 사람은 눈앞의 사물·사건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이 취하려는 행동이 그 사물을 포함한 전체에 미칠 파장을 생각할 줄 안다. 그 정도의 지성은 국회의원이 갖출 최소한의 조건 아닌가.

 지난 7일 한류 프로를 많이 방영하는 도쿄의 후지TV 앞에서 2000명의 시민들이 반(反)한류 시위를 벌인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다. 작은 사건 같지만 그것은 정치인들의 시선 끌기 행동으로 독도 사태가 일정 수준까지 에스컬레이트되면 한·일관계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다. 독도특위가 독도회의를 강행하면 일본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울릉도 러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론에 떠밀린 일본 정부도 해저 자원 조사 명목으로 해상자위대 함정을 독도 근해에 보내거나 독도를 일본 영토로 규정한 시마네현 조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조용하고 냉철한 대응을 접고 강경대응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일본의 리더십 부재는 위험수위에 왔다. 파벌이 사실상 해체되어 여야 없이 유권자의 정서에 영합하는 일부 의원들의 소영웅주의적인 망동을 막지 못한다. 신도 의원이 형식적으로는 다나카-다케시타를 계승한 누카가파에 속하지만 독불장군의 행보에 거리낌이 없다.

 당초 일본 의원 4명이 울릉도에 올 예정이었는데 히라사와라는 의원이 탈락했다. 거기에는 배경이 있다. 7월 21일 후쿠오카에서 일·한친선협회 지부 창설 기념행사가 열렸다. 후쿠오카 출신으로 지난날 자민당 실세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종합정책연구소장이 저녁시간에 한·일친선협회 회장으로 축사를 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만났다. 김 전 의장은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야마사키 전 의원은 자신의 계파 소속인 히라사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시하라 노부테루 자민당 간부회(役員會) 의장에게도 회의를 소집하여 자민당의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그래서 간부회의가 열렸다.

 김수한-야마사키 라인의 물밑 교섭 성과는 히라사와 한 사람의 탈락에 그쳤다. 그러나 그들의 숨은 활동은 두 나라 정치인들의 역할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국회에는 일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모임도 없고 일본 정계에 급할 때 동원할 인맥도 없다. 일본 쪽에서는 하토야마 전 총리와 마에하라 전 외상이 2009년 5월 ‘전략적 일·한관계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을 결성하여 6월에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3개월 뒤 민주당이 집권했다. 하토야마는 총리, 마에하라는 국토상을 거쳐 외상이 되고 지금은 유력한 차기 총리 물망에 올라 있다. 자민당에만 익숙한 한·일의원연맹은 유명무실해졌다. 정치인들은 사진 찍으러 독도 가는 쇼 그만하고 한·일관계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임을 만들고 일본 정계와의 대화 통로를 복원해야 한다. 일본 문화의 특성상 비공식 교섭 없이 공식 외교만으로 독도나 역사교과서 같은 한·일 간의 민감한 문제를 다루기는 벅차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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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