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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79) 사냥개 순례





영어로 훈련받은 사냥개 지미, 손님들에 시달려 바보가 됐다



1990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은 신성일(왼쪽)·강수연씨. [중앙포토]



1960년대 중·후반 사냥에 취미를 붙이면서 사냥개와 한 식구가 됐다. 처음 만난 품종은 포인터였다. 나는 겨울 사냥을 즐겼다. 더운 여름은 사냥에 적합하지 않았다. 심슨 수평 쌍발총(총구가 사람의 콧구멍처럼 수평으로 나란히 난 총)이 자랑거리였다. 고가의 총으로 방아쇠가 두 개였다. 다른 사냥꾼은 수직 쌍발총(총구가 위·아래로 붙은 총)을 주로 썼다.



 겨울 어느 날, 포인터를 앞세우고 사냥터로 떠났다. 도착하자마자 랜드로버 지프차의 뒷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확 몰려들었다. 포인터는 잠시 내렸다가 차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기분을 망친 나는 귀가하자마자 포인터를 돌려보냈다. 포인터는 물을 싫어하고, 추위에 약하다. 그 때는 그걸 몰랐다.



 다음 번은 셰퍼드였다. 셋째 형님이 파일럿으로 근무하고 있는 수원비행단 측이 훈련이 잘 된 셰퍼드를 주었다. 이름이 ‘지미’였는데 영어를 알아들었다. ‘지미, 컴 온’ ‘굿모닝’ 하면 꼬리를 흔들어댔다. 대신 한국말은 전혀 못 알아들었다.



 우리 집을 찾는 영화 제작부원들은 대체로 거칠었다. 그들은 아침부터 쇠꼬챙이로 지미를 찔러대곤 했다. 개를 괴롭혀 나를 깨우려 했는지 모른다. 시달림을 당한 지미는 언제부터인가 ‘바보’가 됐다. 내내 웅크리기만 하고, 기를 전혀 못 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 결국 수원비행단에 돌려주었다. 지미와 생활한 시간은 2개월에 불과했다.



 그 다음은 코커 스패니얼이었다. 오리 사냥을 위해 샀다. 수안보 온천장 가는 길의 호숫가에서 이 개를 앞세우고 오리를 쐈다. 이제야 뭔가 사냥이 되나 싶었다. 나는 코커 스패니얼이 물에 떠있는 오리를 물어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코커 스패니얼은 오리를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김이 팍 샜다. 사냥에 가끔씩 데리고 나갔더니 나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결국 코커 스패니얼도 방출했다.



 72년 벽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집 2층에서 함께 지내던 치와와가 밤에 짖기 시작했다. 나는 낯선 사람의 침입을 직감했다. 1층에서 올라오는 문을 차단하고, 1층과 연결된 인터폰을 눌렀다. 운전사 등 3명이 1층에서 자고 있었다. 인터폰에서 “도둑이요, 권총·수류탄…”이란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도둑은 권총과 수류탄으로 1층에 있던 사람들을 협박했다. 나는 장롱 위에 둔 브로닝 5연발총을 꺼냈다. 평소 같으면 간단히 조립됐을 텐데, 긴장을 해서인지 스프링이 두 번이나 튕겨 나갔다. 나는 브로닝 5연발총을 창 밖으로 겨냥했다. 동네 사람을 깨워 도둑이 들어왔음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엄앵란은 내 허리를 붙들고 “쏘지 말라”고 매달렸다.



 며칠 앞서 여배우 방성자 집에 도둑이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 방성자와 함께 있던 애인 함모씨가 권총으로 도둑을 쏴 큰 문제가 됐다. 엄앵란은 총기 사용이 문제가 될까 염려한 것이다. 우리 집에 침입한 도둑은 우여곡절 끝에 붙잡혔다. 결정적 순간에 기여를 한 것은 다름아닌 치와와였다.



신성일

정리=장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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