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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카산드라의 불길한 더블딥 예언







김영욱
논설위원




‘닥터 둠’ 루비니 교수가 맞았다. 신화 속 카산드라처럼 줄기차게 더블딥 가능성을 예언했지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리스 군대가 남겨놓을 목마의 위험을 카산드라가 예언했지만 트로이 사람들이 이를 무시한 것처럼. 국내에도 카산드라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신대 윤소영 교수다. 루비니와 윤 교수, 두 사람은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던 2009년 중반부터 줄곧 더블딥을 경고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민간의 과다 부채가 원인이었다. 금융사와 기업, 가계 등이 갖고 있던 자산이 부실해졌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찍어 민간의 부채와 부실을 떠안았다. 민간 부채가 정부 부채로 바뀌었다. 100년 만의 불황이라던 금융위기가 그나마 수습된 건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폭탄 돌리기’다. 정부가 떠안았다고 부실이 해결된 건 아니다. 충격을 이연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고, 그때 부실을 털겠다는 계산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공적자금 방식이다. 재정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해 민간 부실을 떠안고, 이후 경기가 좋아지자 팔아서 회수했다.



 결국 관건은 미국 경제, 특히 실물경제의 향방이다. 경제가 더 가라앉으면 그 끝은 더블딥이다. 이번엔 민간이 아닌, 정부의 과다 부채 탓이다. 국채 값이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며, 달러 가치가 폭락한다. 성장률은 2009년(-2.6%)보다 더 낮을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1929년보다 1938년의 불황 충격이 더 컸던 것처럼. 이번에는 수습할 주체도 없다. 민간 위기는 정부가 봉합했지만 정부 위기는 그 누가 해결해줄 수 없다.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번 충격의 주범은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나 ‘네 탓’ 공방이 아니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미국 의회가 S&P 청문회를 하겠다는 건 ‘희생양 만들기’다.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 연준이 앞으로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발표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쏟아부은 돈이 대략 24조 달러다. 국내총생산(GDP)보다 10조 달러나 더 많은 돈을 퍼부었는데도 향후 경제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최대한 재정과 통화를 풀어 ‘폭탄 돌리기’를 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진 못해도 더 이상의 침체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해봐야 효과 없을 거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을 게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하는 게 옳았다. 충격을 뒤로 미뤄 경제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선 상책이다. 이렇게 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한국의 대비 태세도 이에 맞춰야 한다. 미국과 EU의 향방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충격을 덜 받으려면 말이다. 당장은 외환시장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외환관리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어느 정도 진정되면 미뤄 놓았던 개혁 과제들을 서둘러 챙겨야 한다. 정치권은 무상복지 논쟁을 접어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면 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속히 비준해 조만간 불어닥칠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그래야 충격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햇볕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서둘러 빨래해야 하듯이.



김영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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