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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승만 동상 다시 세워라







김상진
부산·경남 취재팀장




부산시 서구 부민동에 ‘임시수도 기념거리’가 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수도가 옮겨오면서 50년 8월부터 53년 9월까지 임시정부가 사용했던 건물들이 있는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관저로 사용했던 전 경남도지사 관사(부산시 지정문화재 53호)와 임시정부 청사로 쓰였던 현 동아대 부민캠퍼스 (국가등록문화재 41호)가 대표적이다. 골목길 곳곳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



 부산시 서구청은 23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임시수도 기념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2007년 10월 착공해 지난달 마무리했다. 넓이 6∼8m, 길이 600m에 이르는 골목길을 정비했다. 봇짐 진 피란민, 천막학교 같은 조형물을 세우고 복원한 전차도 갖다 놓았다. 계단에는 이 전 대통령의 어록도 새겨져 있다. 계단 가장 위쪽에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을 지난 3월에 세웠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관광지로 만들어 침체한 부산의 옛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자며 시작한 사업이다.



 그러나 6월 3일 이 전 대통령 동상 머리 쪽에 누군가가 붉은 페인트를 부었다. 이후 동상은 보수를 위해 동상 제작업체에 맡긴 채 아직도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했다.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받침대만 남아 있다. 경찰은 몽타주를 작성해 범인을 찾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설치되지 않자 부산시 서구청은 지난달 말 하기로 했던 임시수도기념거리 준공식도 연기했다. 동상이 곧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지도 않다. 서구청이 열의를 보이지 않아서다. 4·19혁명 관련 단체가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재설치했을 경우 같은 사건의 반복을 막을 묘책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동상은 서구청이 동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07년 10월 나온 용역결과에 따라 세워졌다.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고, 주민설명회를 두 차례나 열었다.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준공을 앞둔 사업이 돌발사태로 마무리를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서구청 관계자는 “하도 시끄러워 세월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건 직무유기다. 서구청은 기다릴 게 아니라 동상 재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3월 말 재개관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이 모델이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르바린다에 있는 이 기념관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탄핵당한 닉슨 대통령을 기념하는 장소다. 기념관 안의 자료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균형 있게 설명하고 있다. 재개관식 때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폭로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WP) 대기자도 참석해 축하할 정도였다.



 이 전 대통령 동상 아래에 공(功)과 과(過)를 같이 설명하는 안내문을 세우면 어떨까. 이분법적인 논리에 사로잡힌 경직된 풍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부산 임시수도 기념거리에 이승만 동상이 다시 세워지면 우리 사회 내부에 그어진 편 가르기 국경선도 엷어질 것이다.



김상진 부산·경남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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