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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치검사









검찰은 1994년 신군부의 ‘12·12 사건’에 대해 군사반란은 인정하면서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5·18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으로 결정했다. 19세기 독일의 공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Georg Jellinek)의 사실적 규범론을 들이댔다. ‘내란에 성공한 경우 새 정권이 출범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정권 형성에 기초가 된 내란행위에 대해 사실의 규범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 선언이 나오자 검찰은 결정을 번복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처벌했다. 정치에 휘둘린 검찰의 슬픈 자화상으로 남아 있다.



 49년 서울지검은 임영신 상공부 장관이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기념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595만원을 거둬들인 혐의를 잡았다. 이 대통령은 검찰에 기소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다. 당시 최대교 서울지검장은 외압을 물리치고 기소를 강행했다. 검찰이 정치에 굴복하지 않은 유명한 일화로 기록됐다.



 검찰의 정치 야합은 박정희 정권 때 본격화됐다. 일부 검사들은 유신헌법 제정에 직접 간여하며 ‘정치검사’의 물꼬를 텄다. 5, 6공 시절에도 많은 정치검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사건들을 요리했다. 이들은 ‘권력은 구속영장에서 나온다’는 말을 즐겼다. 요직과 출세로 보상받았다. 민간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권력에 줄을 대려는 정치검사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곤 했다.



 부산의 현직 검사가 민주노동당 당적을 갖고 있다가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엔 수원의 여검사가 대학 재학 중 민노당에 가입하고 검사로 임용된 뒤에도 당비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 예전엔 권력이 먹물로 물들이듯 검사를 오염시켰다. 요즘은 자생적 정치검사가 느는 듯하다. 권력에 빌붙으면 정치검사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념적 정치단체에 기웃거리면 ‘진보검사’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이중적 사고(思考)의 오류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에게 이념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저울과 거울 같아야 할 법의 잣대를 뒤틀리게 한다. 정치적 사건에선 더욱 그렇다. “수사로 세상이나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검찰 파쇼가 된다.” 일본 최대 정치스캔들로 꼽히는 록히드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요시나가 유스케(吉永祐介) 전 검사총장이 한 말이다. 검찰이 이념과 코드의 투전판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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