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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농민과 소통’이 한·중 FTA 전제 조건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머지않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은 우리가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과 FTA를 조속히 체결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더라도 충분한 준비 없이 덤비다간 도리어 재앙이 될 수 있다. 앞에 놓인 험준한 산을 오늘 밤 안에 넘으면 큰돈을 벌 수 있을지라도 필요한 준비를 갖추지 않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모두 불귀의 객이 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얘기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대부분 중국의 수출품이다. 한·중 FTA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은 한·미 FTA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뿐만 아니라 그 정도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 농산물 중 가장 생산액이 많은 쌀·고추·마늘 등은 현재 관세가 매우 높다. 관세가 철폐되면 그 영향은 가히 파괴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과일·채소·축산물의 경우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원가 하락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세가 낮아지면 수입상의 마진이 커진다. 수입상의 마케팅 노력이 집중 강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입원가 하락 효과 이상으로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입상이 현지에 진출해 직접 상품화하기 쉬운 지리적·문화적·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수입증가 폭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협상을 시작하기 전 양국의 최고위 지도자 사이에 농산물 부문에선 상당한 신축성을 서로 부여한다는 입장이 확인돼야 한다. 가령 일단 관세감축 유예 품목을 설정하고 파급영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진 뒤 재협상을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칠레 FTA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유예된 품목이 28%나 되었다. 이런 합의 없이 실무협상에 돌입한다면 협상이 깨지거나, 한국 농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협상 결과가 될 공산이 크다. 실무협상의 재량권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협상 추진에 앞서 정부 대책을 분명히 제시하되 그 대책은 과거처럼 경쟁력 향상, 수출확대 등 성과도 불확실하고 그 이득도 누구에게 귀속될지 알 수 없는 ‘화려한 홍보성 그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업이 곧 생활인 농업인을 가격 급락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어 그들이 나름대로 이 변화를 수용하면서 영농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있기에 수입 농산물이 채워줄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되고, 국민 모두의 삶을 여유롭게 해주는 쾌적한 농촌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식해 미국이나 유럽 수준은 못 되더라도 그와 유사한 정도의 농가소득 보전 시책을 확실히 준비하고 약속해야 한다.



 끝으로 모든 추진 절차가 투명하고 정당해야 한다. 지난해 이맘때 미국을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FTA의 필요성을 언급해 느닷없이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뒤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 대부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무서운 아이’가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산달을 기다리는 듯해 당황스럽다. 물론 농민단체 등이 중국과의 FTA 추진에 동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할수록 농민 등의 불안과 분노를 줄여 그만큼 저항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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