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수쿠크가 있었더라면 …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방패’라고도 하고 ‘총알’이라고도 한다. 외환보유액 말이다. 대외 충격에서 나라 경제를 보호할 수 있어서 방패, 외환 시장이 급변할 때는 시장방어용 무기여서 총알이다. 외환보유액이 이번에 별명 값을 톡톡히 하는 모양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외환 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다. 한국은행의 한 간부는 예전에 외환보유액을 군대와 비교했었다. 위기 상황에선 “늘리라”는 말이 나오고 평화 시에는 “줄이자”고 아우성이라는 것이다. 이 간부는 “하지만 언제든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외환보유액 축소 논리에 맞섰다. 3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지면서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 골치였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때는 듬직한 방패 같다.



 하지만 만능 방패인지는 의문이다. 9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외화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라”고 주문했다. “중동으로 돈이 모이고 있으니 협력 방안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우리나라 외국 자금 중 절반은 유럽 자금이다.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더 나빠지면 유럽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 지금까지는 튼튼한 방패지만 언제 구멍이 뚫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고 나서 “‘수쿠크(이슬람 채권) 법’을 겨냥한 것이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수쿠크 법에 대한 정치권과 종교계의 반발을 감안했을 것이다. 참 아쉽다. 올 상반기 수쿠크 법이 통과됐었다면 롤러코스터같이 움직이는 요즘 세계 금융시장을 지켜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것이다. 수쿠크는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기 위해 건물·땅 등 실물자산과 연계해 수수료 형식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다른 채권보다 장기로 움직이고 안정적이다. 미국·유럽 위주의 외화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정치와 종교 앞에서 포기해야 했던 수쿠크를 이참에 다시 추진해야 할 때다. 그러나 수쿠크를 추진하다가 개신교와 일부 정치인에게 시달렸던 공무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다시 추진해 봐야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없는데, 자꾸 얘기 꺼내면 귀찮기만 해요.”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