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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마 ‘공포의 판도라’ 열다





‘미국 신용등급 = AAA’ 70년 신화 무너뜨려
공대 출신 인도계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



데번 샤르마



‘샤르마 쇼크(Sharma Shock)’.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6일(한국시간) 단행한 미국 장기 신용등급 강등(AAA→AA+)을 세계 금융 시장에선 이렇게 부른다. S&P의 인도 출신 대표인 데번 샤르마(54)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1971년 달러와 금의 태환(바꿔주기)을 전격 중단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닉슨 쇼크(Nixon Shock)’에 빗댄 말이다. 꼭 40년이 흐른 2011년 8월 샤르마는 ‘미국 신용등급=AAA(절대 안전)’라는 70년 묵은 통념을 부숴놓았다.



 샤르마 자신도 이번 강등이 역사적인 사건임을 알고 있다. 그는 강등 직후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파문과 효과를 모두 예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강등이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는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시장은 모든 사람에게 아주 신비로운 곳”이라고 말했다.



 샤르마는 신용평가 실무자는 아니다. S&P가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땐 위원회가 가동된다. 샤르마는 ‘고(Go) 또는 스톱(Stop)’을 결정한다. 6일에도 S&P는 샤르마의 ‘고 사인’을 받고서야 세상에 미국의 강등 사실을 알렸다.



 그날 하루가 순탄하진 않았다. S&P는 오전에 미 재무부에 귀띔해줬다. 반론 기회의 제공이었다. 재무부는 “S&P가 재정적자 예상치를 2조 달러까지 부풀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샤르마는 “계산 실수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것은 다른 나라 정책 담당자들도 하는 일”이라며 발표를 강행했다. 샤르마는 “‘우리가 발견한 리스크(위험)가 이런 것’이라고 시장에 말해주는 게 S&P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의 눈은 그의 노림수를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시장 장악을 위한 ‘충격 요법’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에선 가장 낮은 신용등급이 통한다. 가장 비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좀 더 안전할 수 있어서다. S&P가 미 신용등급을 AA+로 낮춘 이상 무디스·피치가 미국에 부여하고 있는 트리플A는 사실상 의미를 잃는다.



 신용평가시장의 ‘오랜 서열’도 깨질 수 있다. 기존 리더는 무디스였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81)이 무디스에 투자했을 정도다. S&P는 한 걸음 정도 뒤처져 있었다. 피치는 영원한 넘버3(3위) 신세였다. 이런 서열이 샤르마 쇼크를 계기로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샤르마는 노림수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강등이 S&P 명성을 한결 높여줄 것으로 본다”며 “투자자와 시장 전체가 우리가 미국에서 발견한 리스크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마의 ‘공격성’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의 지휘 아래 S&P는 2009년 11월 그리스 사태 이후 아일랜드·포르투갈 등급을 공격적으로 떨어뜨렸다. 올 4월엔 미국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샤르마는 한 술 더 떠 지난달엔 미국 신용평가의 기준까지 미리 제시했다. “미국이 10년 동안 재정 지출을 4조 달러(4200조원) 이상 줄이지 않으면 빚은 계속 늘어난다”며 “긴축이 4조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미국이 트리플A(AAA) 등급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그의 강공은 S&P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뒤섞인 모기지연계증권(MBS)에 AAA 도장을 마구 찍어줬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자 궁지에 몰렸다.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은 신용평가사의 투명성과 객관성 강화를 명분으로 S&P 등에 규제의 족쇄를 채웠다.



 샤르마는 금융위기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 2007년 S&P 대표가 됐다. 인도 출신이 메이저 신용평가회사 대표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본대로 말해야 우리가 산다”고 강조했다. 그가 ‘판도라의 상자’임을 알면서도 연 이유다.



강남규 기자



◆데번 샤르마=월가에선 그를 ‘데시(Desi)’라 부른다. 인도 출신 플레이어란 말이다. 인도 유명 공과대학인 BIT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본격화한 2007년 8월 S&P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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