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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치산은 치수다







정주상
서울대 교수·림자원경영학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를 놓고 일부에선 ‘뿌리가 얕은 잣나무가 많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일면 수긍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건전한 자연생태계를 제공하는 나무 입장에선 매우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나무는 상당량의 빗물을 땅에 닿기도 전에 차단해 빠른 속도로 발산시켜 비 피해를 줄여준다. 뿌리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뻗어내려 토양침식을 막는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계속되거나 강우시간이 늘면 흠뻑 젖은 산지 비탈면 토석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쏟아져 내린다. 산사태다. 일단 토석류가 대규모로 쏟아져 내리면 비탈면 아래쪽에 있는 어떤 나무도 이를 막아내기 어렵다.



 산사태도 자연현상의 하나다.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최고 600~700㎜의 비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뿌리가 뽑힌 채 쓸려 내린 나무를 탓하거나 숲을 구성하는 조림수종을 따지기보다는 그 숲이 울창했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대형 산사태를 막기 위해선 건강한 숲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수종 선정이나 숲가꾸기 같은 조림기술을 활용해 녹색댐 기능을 증진하는 것이다. 산사태에 취약한 산지에는 뿌리가 깊고 넓게 발달하는 나무를 심되, 침엽수와 활엽수를 고루 심어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종 구성은 숲의 생태적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물을 빨아들이고 저장하는 녹색댐 기능도 크게 향상시킨다.



 둘째, 산사태 취약지에 충분한 사방구조물을 설치해 토석류에 의한 2차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이번 비로 79곳에서 산사태가 난 포천에서 계곡 상류에 설치된 사방댐이 유목과 토석을 걸러주고 유속을 줄여 주택과 농경지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한 것은 좋은 사례다.



 셋째, 불특정 지역의 산사태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주거지 중심의 산사태 예방대책은 비교적 쉽다. 숲 언저리나 계곡 주변 주거지 등 취약지를 조사해 안전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산사태로 인한 참변을 오히려 우리 숲을 어떻게 가꿔나갈지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치산(治山)이 곧 치수(治水)다.



정주상 서울대 교수·림자원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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