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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노무현에 갇힌 문재인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문재인이라는 나무가 쑥쑥 크고 있다. 허약한 나무 유시민이 재·보선 바람 한 줄기에 부러져버리자 문재인이 크기 시작했다. 소탈하고 깨끗하며 충직한 이미지, 공수부대 낙하산 사진, 노무현 향수 그리고 살기 팍팍한 세상에 대한 원망 속에서 그 나무가 무섭게 자라고 있다. 회고록 『운명』이 나오자 잎사귀도 무성해졌다. 이 나무를 박근혜만큼 키워보자고 많은 이가 외친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거목이 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이 사라진 지 겨우 3년 반이 흘렀다. 그런데 노무현이 부활하고 있다. 문재인의 『운명』속에서, 진보·좌파의 ‘정권 탈환’ 갈망 속에서 그가 살아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노무현은 뛰어난 정치지도자였다. 대통령 후보 때는 국정을 치열하게 예습했다. 대통령이 돼서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 후회되는 것도 있다고 문재인은 점잖게 썼다. 하지만 그가 묘사한 노무현 5년은 전체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진실의 시대였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531만 표 차’라는 민심의 절규는 무엇이었나. 500여만 명이 뭔가에 홀려 진실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3년 반의 세월이 기억의 강을 넘어 ‘문재인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지독한 망각증이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하루 전 중앙일보 사설은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노무현에게서) 이회창과 다른 서민성, 이인제와 다른 참신성, 김영삼·김대중과 같은 투쟁성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노무현의 실상은 달랐다. 역사의식은 뒤틀렸고, 오만은 헌법을 넘었고, 지식은 짧았으며, 혀는 너무 빨랐다. 386에 휘둘렸고, 권위를 담을 그릇이 없었고, 세계와 북한을 너무 몰랐으며, 우물 안의 경험으로 현대사와 언론을 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짜 노무현이 하나 둘씩 드러났고 나라는 혼란스러웠다.”



 노무현은 “이중성의 인간”이라고 사설은 지적했다. “세상을 뜨겁게 바라보면서도 보는 눈은 한쪽이었다. 평등·질시·편향이었다. 민주당이 구태라며 열린우리당을 만들고서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하자고 했다. 그는 용산기지 이전이라는 한·미 동맹의 오랜 과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도 얻어맞는 맥아더 동상을 방치하고 군인을 반미 시위대의 몽둥이 밑에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이라크에 한국군을 보내 부시 미국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그러면서도 ‘반미주의면 어떠냐’고도 했다. 그는 한·미 FTA를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그런데 다른 쪽에선 농민 시위대를 막았던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했다.”



 3년 반이 지났다고, 이명박 정권에 잘못이 많다고, 문재인의 이미지가 참신하다고 노무현 5년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 노무현이 역사의 평점을 다시 받으려면 문재인이라는 나무는 뭔가 달라야 한다. “아, 문재인은 생각의 깊이가 노무현과 다르구나. 저런 사람이 비서실장을 했으니 다른 무엇이 있었겠구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과는 다르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531만 표가 허전하지 않다. 이명박이 싫고 박근혜가 오래됐다고 노무현·문재인이 미화돼서는 안 된다.



 『운명』을 보면 문재인의 사고체계는 노무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나 국가보안법 부분만 봐도 그는 노무현의 반쪽 역사관과 다르지 않다. 동의대 사태를 보면 문재인은 법과 원칙보다는 감정과 정서로 세상을 보고 있다. 완전 노무현 스타일이다.



 한국 현대사에는 대표적인 대통령-비서실장 동행(同行)이 두 개 있다. 박정희-김정렴과 노무현-문재인이다. 동행의 강도는 같다. 서로를 존중했고 가치 추구에서 일심동체(一心同體)였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다르다. 박정희-김정렴 동행은 한국을 가난에서 구해 근대화로 이끌었다. 노무현-문재인은 그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면서 국가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갔다. 불과 3년 반 전이다. 아직도 많은 이가 노무현 5년을 기억한다. 문재인은 국민의 기억력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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