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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24일, 서울 시민들 시험대에 서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서울시민들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달 24일 오전 6시부터 14시간 동안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육각형 주사위가 어떤 숫자를 보일까. 시민들은 좋든 싫든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된다. 향후 복지정책의 방향이 여기서 결정돼서다. 더 나아가 권력 지형을 새로 짤 전기도 마련된다.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시민들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간주하면 공짜 점심은 줄어든다. 반대로 전면 무상급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짜 점심은 복지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다.



 주민투표는 대권 구도 지형도 바꿀 수 있다. 강력한 대권 도전자 ‘오세훈’이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끝내 물 밖으로 못 나오는 잠룡 오세훈에 그칠 것인가. 한여름 초특급 정치 블록버스터의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대작에 대한 기대가 너무 쏠렸나 보다. 아쉽게 놓치는 게 있어 걱정이다. 주민투표가 온통 정치와 대권 드라마로만 흐르다 보니 본질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다. 바로 주민투표의 목적이다. 이는 이 나라 민주주의 토양을 정하는 문제다. 주민투표법 1조는 이렇게 돼 있다.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주민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주민투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자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한다. 그런데 지금 주민투표, 탈선했다. 메가톤급 정치 이슈로만 부각돼 이 목적은 사라졌다. 대신 정치판의 술수만 판을 쳐 불편하다.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투표 불참 운동은 위선이다. 투표율이 33.3%가 안 되면 주민투표는 무효다. 아예 투표함도 열지 못하게 하자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무너뜨리겠다는 술수다. 평소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주창한 야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야당이라면 투표에 참가해 오 시장 안에 반대표 던지라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오 시장의 태도도 아리송하다. 그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전사가 되고자 한다. 전사는 그냥 칼만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생명을 초개처럼 던질 줄 아는 게 전사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에 무엇을 던지는가. 직접 시민들의 뜻을 묻겠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확실한 말이 없다. 만약 그의 안이 버림받는다면 시정을 이끌 수 있을까. 오 시장은 “무능한 지도자는 여론에 끌려 다니고, 영악한 지도자는 여론에 편승한다”고 말했다. 그가 여론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로 우뚝 서려면 날이 선 결의를 보여야 한다. 이게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힘이다.



 이번 주민투표에 들어가는 세금만 182억원이다. 이런 세금 들이는 주민투표는 정치판의 이전투구에 쓰이는 도구가 아니다. 주민투표는 참여민주주주의 뿌리를 깊게 뻗게 할지, 아니면 썩게 할지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판단은 시험대에 선 서울 시민들의 몫이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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