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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마 ‘판도라 상자’ 여나






미국 신용평가의 법적 근거는 수정헌법 제1조다. 언론·출판·종교 등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다. 자유롭게 의견(신용평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법 전문가인 프랭크 파트노이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스포츠 관전평과 다름없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2일(한국시간) 한 인물의 입에 집중됐다. 데번 샤르마(54·사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대표다. 그의 이번 관전평 주제는 막 확정된 미국의 부채한도 확대와 재정지출 축소다. 경쟁사인 무디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 상태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지는 않겠다”고 1일 발표했다.

 반면 샤르마의 S&P는 침묵하고 있다. 그동안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S&P는 미국 신용평가에 대해 경쟁사인 무디스나 피치보다 명확하게 의견을 밝혀 왔다. 지난달엔 “미국이 10년 동안 재정지출을 4조 달러(4200조원) 이상 줄이지 않으면 빚은 계속 늘어난다”며 “긴축이 4조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미국이 트리플A(AAA) 등급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과 액수까지 똑부러지게 제시했다. 석 달 전쯤인 4월엔 가장 먼저 미국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미국 재무책임자협회(NACT) 회장인 토머스 디어스는 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부채협상에서 재정지출 2조4000억 달러를 줄이기로 했다”며 “누가 봐도 재정상태를 개선하는 데 충분치 못한 액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P의 다음 액션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의 말엔 시장의 궁금증이 짙게 배어 있는 듯하다.

 S&P는 미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시작됐다. 과연 그동안 제시한 기준과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앞세워 독립적인 관전평을 내놓을까. 샤르마의 선택은 쉽지 않다. 그는 부채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주 미 의회에 불려나갔다. ‘4조 달러’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샤르마는 “그 액수를 처음 제시한 쪽은 의원들과 행정부였다”며 “우리는 그저 그 액수의 의미를 코멘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발 빼는 듯한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샤르마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갈 순 없다. S&P는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연계증권에 트리플A 등급을 마구 부여했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신뢰성을 의심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감시와 규제의 사슬이 강화됐다.

 샤르마는 2007년 인도 출신으로선 드물게 메이저 신용평가회사의 대표가 됐다. 그는 유달리 신뢰회복을 강조해 왔다. 그는 틈만 나면 “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우리의 평가를 믿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미국을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평가하면 S&P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그 대가는 미국의 이자 부담 증가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면 미국은 해마다 이자로 200억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세계 자산시장의 충격이다. 미 달러와 국채를 바탕으로 구성된 ‘자산 위계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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