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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인민은행보다 못한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이 6~7월 외환보유액 12억4000만 달러를 헐어 금 25t을 매입했다는 소식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타이밍’과 ‘매입 논리’가 모두 납득하기 힘들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금 매입을 늘리라고 추궁하자 한은은 두 가지 반대논리를 댔다. “금은 이자 한 푼 안 나오고, 과거 수십 년간 미 국채(國債)가 금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았다”고 맞섰다. 당시 온스당 1000달러의 금 시세를 놓고 “섣불리 매입하면 상투를 잡기 십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한은이 지금 1600달러 선에서 금을 사들인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03년부터 금을 사 모았다. 위안화의 국제화와 외환보유액의 투자 다변화를 위한 조치였다. 당시 국제 금 시세는 325달러 수준으로 바닥이었다. 600t에 불과하던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6년 만에 1000t을 돌파했으며, 지금은 2000t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국 경제의 위상에 맞게 금 보유량을 5000t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미국(8133t)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겠다는 의지다.

 한은은 금 매입에 대해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고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됐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해 여러 연구기관이 금 매입을 촉구했을 때 꿈쩍도 않던 것과 전혀 딴판이다. 오죽하면 11월 감사원이 “금과 위안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겠는가. 한은이 염치 불고하고 뒷북치기에 나선 이유가 국감을 앞두고 정치적 역풍(逆風)을 의식한 눈치작전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은의 금 매입은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 완화로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우리의 외환보유액을 생각하면 적절한 규모의 금은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든 것이다. 하지만 피 같은 외환보유액으로 뒤늦게 비싼 값에 금을 매입한 것에 대해 한은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민은행보다 못한 한국은행이란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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