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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피스 아이’









동네 꼬마 녀석들이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날리는 연(鳶)은 본디 군사용으로 만들어졌다. 사면초가(四面楚歌)로 항우를 패퇴시킨 한신이 주인공이다. ‘진희의 난’을 평정할 때 적진도 살피고 거리도 재기 위해 띄웠다고 한다. 송(宋)의 고승(高丞)이 편찬한 『사물기원(事物紀原)』이 전하는 이야기다. 처음 형태는 솔개가 날개를 편 모습이었을 것이다. 솔개의 한자말이 바로 연(鳶)이다.



 고려 최영 장군도 탐라에서 말을 치던 몽고인의 반란을 진압할 때 연을 이용했다고 『동국세시기』가 전한다. 연에 불덩이를 매달아 날리거나 군사를 실어 절벽 위로 올려 보냈다는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도 연을 군사지휘용 통신수단으로 활용했다. 모양과 색상을 혼합해 80가지 신호를 구성했다. 예를 들어 청색 바탕에 붉은 문양의 연이 오르면 ‘동쪽과 남쪽에서 동시 공격하라’는 뜻이다. 오방색(五方色)을 적용한 것이다.



 비행기가 등장하며 ‘정찰기’가 연을 대신한다. 바로 ‘R 시리즈’다. ‘R’은 정찰이란 뜻의 영어 ‘리카너선스(Reconnaissance)’의 머리글자다. ‘흑조(黑鳥)’란 별명의 SR-71은 ‘전략 정찰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구 소련 상공을 유유히 정찰 비행한 U-2기는 ‘R’이 붙지 않았다. 다용도란 뜻의 ‘유틸리티(Utility)’를 땄다. CIA가 비행기의 성능과 목적을 감추려 붙였다고 한다. 1955년 첫 스파이 비행에 나섰을 때 고도는 21㎞. 당시 요격기 운용고도가 16㎞여서 말 그대로 ‘언터처블’이었다. 별명은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다. 하지만 60년 5월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겠지만, 낮게 나는 새는 자세히 보는 법이다. 정찰 기능을 한 단계 높인 것이 ‘하늘의 불침번’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다. 보잉사의 수송기를 개조한 것이 시초다. 분류는 ‘조기 경보(Early warning)’다. 최신예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인 E-737이 9월 실전 배치된다. 한 번 뜨면 500㎞ 내의 표적 1000개를 동시 탐지한다고 한다. 별명은 ‘피스 아이(Peace Eye)’. 평화를 지키는 눈인 셈이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다.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만물이 각기 제자리를 얻음을 이른다. 현대의 솔개 격인 ‘피스 아이’가 날면서 부디 한반도에도 평화가 제자리를 얻기를 기원한다.



박종권 Jtbc특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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