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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의 달인 박철민…‘오버 본능’ 있나 봐요, 주연 아니라 감초라서 더 그래요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 수달 역
폭소 자아내는 능청스런 사투리



박철민은 늘 자신을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라고 소개해 남들을 웃긴다. 싼 맛에 부르는 배우라는 말도 자주 한다. 하지만 사실은 충무로에서 가장 믿음직한 조연 중 하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잘 나가십니다, 인사를 건넸더니 “메뚜기도 한철인데 같이 하자고 많이들 청할 때 열심히 뛸랍니다”는 너털웃음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배우 박철민(45). 돌아서기가 무섭게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 지난해 말부터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위험한 상견례’‘수상한 고객들’‘마당을 나온 암탉’‘7광구’등에 나왔고, 지금은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와 영화 ‘코리아’를 찍고 있다. ‘방가? 방가!’ 육상효 감독의 차기작 ‘구국의 강철대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체력이 안돼 서너 편은 거절했”을 정도로 일감이 몰린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박철민은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메뚜기’다.



 가장 두드러진 활약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목소리 연기였다. 숲의 공인중개사 수달 달수 역이다. “누가 나으(나의) 지식을 쪼까(조금) 훔쳐갔음 좋겄네”라고 눙치는 그의 연기는 전생에 혹시 수달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성윤 감독은 “같이 녹음하던 성우들이 ‘저 분은 성우로 나서도 되겠다’고 감탄했다”고 전한다. 쫄깃쫄깃한 전라도 사투리로 반죽해내는 애드리브(즉흥연기)가 그의 전매특허다. 어떤 대사는 “아, 저건 박철민이 만든 것”이란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본능적으로 ‘오버’하는 기질이 있나봐요. 오버를 잘하고, 오버에 자신있고, 오버하다 (감독한테) 혼나는 배우가 저에요. 주연이 아니라 ‘감초’라서 더 그래요. 웃음을 줘야 하는 역할인데, 가만 있으면 안되죠. 상황을 더 입체감있게 만들 수 있는 비유나 형용사 없나 늘 고민해요. ‘난 애드리브 치는 사람이 젤 싫더라’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애드리브도 그러다 나온 거죠.”



 “암기력이 딸려서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는 설명은 어쩐지 핑계로 들린다. 그보다는 “남이 날 보고 즐거워하는 게 좋아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대본을 무작정 외우면 지루하잖아요. 내가 어떻게 끼어들 부분이 없을까 궁리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그저 신나죠. 엔돌핀이 팍팍 나와요. 저한텐 최초의 관객이 제 자신이죠. 혼자서 괜히 웃고 좋아하고, 내일 이걸 보여주면 감독님이 얼마나 좋아할까 궁금해하고.”



 그에게 연기란 “너무나 모자라고 늘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광주 조대부고 시절 연극반 활동부터니 20년이 훌쩍 넘었다. 유년시절, 지금은 세상을 뜬 형이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서울 가서 ‘빨간 피터의 고백’ 등 공연 보고 온 자랑을 했던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같은 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달려간 곳이 연극동아리. 그때부터 ‘목포는 항구다’(2004)의 조연으로 충무로에서 뜨기까지는 줄곧 무대에만 섰다. 아니, 딱 한번 ‘딴 짓’을 하긴 했다. 1990년대 초반, 2년 가량 장사를 했다. 트럭을 몰면서 과일·채소·생선 등을 팔았다. 그때 만들었다는 “맛있고 신선하고 싸고, 1타3피 과일이 왔어요”라는 호객 멘트를 들어보면 즉흥연기의 본능은 그때도 꿈틀댔던 듯하다.



 “비슷비슷한 역만 하니 사람들이 질리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들어요. 당연히 질리겠죠. 그 날이 천천히 오기만을 바랄 뿐이죠. 연기는 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일이 들어오지 않아 놀던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몰라요. 주연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 받으면 제가 그래요. ‘조연이 얼마나 행복한 건데 무슨 소리냐!’.(웃음) 장동건·이병헌은 1년에 다섯 작품에서 다섯 감독 만나 다섯 인물로 살고 싶어도 못 살잖아요?” 어느새 “그저그런 열 장면보다 독특하고 향기있는 한 장면이 더 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이 ‘메뚜기’, ‘한철’이 부디 오래가길 관객의 입장에서 바래본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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