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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편지] 지난해, 가난한 돌아이들을 포근히 감싸주신 아주머니와 재회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나갈 준비를 했다. 한국인 아주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작년 처음으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도전할 때 가난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둥지를 틀고 우리는 런던을 마음껏 웃길 수 있었다. 밥이며, 잠자리며, 참 잘 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작년에 우리가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때는 "2011년에 또 올 예정"이란 말에 아주머니는 선뜻 무거운 소품을 맡아주셨다. 수하물 비용이라도 줄이라는 배려였다.

1년 만이었다. 보자마자 아주머니는 우리를 일일이 껴안아 주시며 너무 좋아하셨다. 그동안 이사를 하셔서 집구경도 하고 아주머니와 웃고 떠들며 영국 한 복판에서 한국의 정(情)을 만끽했다. 한국에선 늘 외곽을 떠돌았는데….

고마움을 뒤로 하고 장을 보러 갔다. 다들 소품을 가져오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한국에서 싸게 구입할수 있는 것들만 구입하고 여기까지 가져올 수 없는 물건과 소품을 구입하기 위해 장을 봐야 했다. 연예인이 이러는 모습이 이상하겠지만 우리는 연예인이기 보다는 '눈 만으로 유쾌할 수 있는', 그래서 부끄러울 것도, 한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해도 그저 같이 호흡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우는, 그런 사람들이기에 부대끼며 장을 보는 것도 우리에겐 무대였다.

그런데 여기선 고기가 아주 싸다. 호주머니의 동전을 뒤져 소주잔을 기울이는 우리에겐 아주 신기한 일이다. 야채는 참 비쌌다. 그래서 한달동안 먹을 음식을 사는데 고기만 잔뜩 산 것 같기도 하다.

식료품을 정리할 때 쯤 공항에서 짐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다들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혹시나 빠진 짐이 있을까? 소품이 망가지진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 마음이었다. 다행히 빠짐없이 짐이 도착했다.

다만 재미난 것은 우리 스텝중 한 분이 몰래 가방에 김치 20kg정도를 넣었는데 그게 무언가 해서 공항에서 풀어봤다는 것이다. 근데 김치 냄새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지만 외국에선 그닥 좋아하는 냄새가(마늘냄새) 아니다. 배달해 준 배달원이 "나는 괜찮다. 대신 짐칸에 냄새가 다 베어서…공항에서도 다들 난리였다"라며 웃었다.

살짝 미안하긴 하지만 우리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우선 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았다는 것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 그것도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힘을 줄수 있는 '김치'가 무사히 도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김치를 못먹고 한 달 반동안 어떻게 버틸수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김치 냄새를 맡으면서 바로 미소가 지어졌다. 소품과 식량을 다 정리하자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졌다. 다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에든버러의 날씨는 아침·점심·저녁에 따라 달라진다. 사계절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씨다. 아침과 저녁엔 초가을과 겨울을 느낄 수 있고 점심 때에는 봄과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씨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들 숙소를 나섰다.

작년에 홍보했던 거리도 보고, 자던 곳도 가보고, 먹었던 곳도 가보고, 하나하나 그대로인지 보면서 1년 전 추억을 떠올렸다. 없어진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대로였다. 아직까지 관광객들과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이제 일주일 있으면 페스티발이 열린다. 페스티발이 시작되는 시점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곳 에든버러에 관광을 오게 된다.

올해도 작년만큼 공연팀이 온 것 같다. 작년에는 2000개 넘는 공연팀이 왔다. 이미 우리처럼 미리 와서 시차적응과 휴식을 즐기면서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팀들도 눈에 띄었다.

로얄마일이라는 곳에는 2000개가 넘는 공연팀들이 자기의 공연 홍보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명동거리를 다니는 관광객보다 10배나 많은 관광객들이 비좁게 돌아다니는 곳이다. 아직까진 페스티벌이 시작되지 않아 한산하지만 그래도 일주일 전이라 그런지 길거리 공연을 하는 공연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프린지샵에 가서 책자를 가져오고 우리의 공연 포스터가 잘 나왔나 확인도 하고 길거리 공연도 잠시 보고 숙소로 왔다.

숙소에 도착하자 우리 공연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공연 포스터는 딱 필요한 물량만 시켰다. 포스터가 굉장히 잘 나왔다. 마음이 넉넉해졌다. 집 앞에 조그만한 공원이 있어서 연습은 거기서 할 것이고, 연습하다 점심 먹을 때 쯤이 되면 바로 집으로 들어와서 먹고 다시 나가서 연습하기로 했다. 다리가 불편한 경선이를 배려한 팀원들의 생각이다.

우리가 공원에서 연습을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게 뻔하다. 동양인에다가 한 명은 머리가 신기하게 뽀글뽀글하고 한 명은 저글링을 기가 막히게 돌리고 있으니 외국사람들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이 곳 사람들은 연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한다.

아침에 뵈었던 한인 민박 아주머니의 남편분인 브라이언이라는 스코틀랜드 아저씨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까지 아주머니와 함께 오셨다. 브라이언은 유쾌하게 우리를 껴안았다. 지난해 우리는 그에게 번데기를 먹였었다ㅋㅋㅋ. 브라이언 아저씨는 김치를 굉장히 좋아하신다. 한국음식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일회용 커피에 열광한다. 그렇게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즐겼다. 에든버러의 둘째날이 영겁 속으로 사라져갔다.

글·옹알스 최기섭, 정리·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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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