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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편지] 개막공연,메인극장의 표가 거의 동났다

 
우리가 에든버러에 온 이후 한국에선 비 피해가 장난이 아니란 것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그래서일까. 누구도 이 곳의 좋은 날씨를 즐기려하지 못했다. "날씨 좋다"는 말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역시 우린 한국인이었다. 외국에선 한국을 걱정하고, 삼성과 같은 한국 제품의 광고판이 곳곳에 걸린 것을 보고 뿌듯해하는, 우린 한국인이었다.

별 말도 없이 공원으로 나갔다. 연습을 하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딱 봐도 하루종일 올 듯한 날씨다. 아침에 영국 템즈강 페스티발 초청건에 대한 연락이 왔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일정을 다 마치고 난 뒤 템즈강 페스티벌에 와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우린 영국행 비행기도 동전까지 달달 긁어모아 오를 수 있었다. 여비를 잘 계산하지 않으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큰 행사에 초청을 받고도 고민을 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처량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고민이기도 했다. 배우와 스텝들이 같이 앉아서 아침부터 다들 회의를 했다.

작년에는 성과와 성적이 좋았지만 외국의 다른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찾아주고 응원해주셔서 행복했다. 여비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가 공연할 C venue 공연장 박스 오피스에서 현재까지 예매현황을 보내줬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메인 극장이다. 주최 측은 우리에게 "당신들을 믿는다"며 메인 극장을 선뜻 내줬다. 작년에는 처음 참가한 탓에 공연 시작 전의 예매 인원이 겨우 30명 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예매현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소름이 돋았다. 지난해의 4배인 137명. 공연장이 꽉 들어찬다는 말이다. 공연시간은 지난 해보다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벌써부터 관객의 호응이 뜨거운 것이다.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던 대학로에서의 공연과는 천냥지차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우리를 기억하거나 아니면 소문을 듣고 예매를 했다는 것인데…정말로 신기할 따름이다.

기분은 좋았지만 비가 계속 내려서 큰일이다. 연습을 해야 할텐데. 그리고 31일 처음 리허설을 하기에 우리에겐 연습할 시간이 촉박했다. 계속 말로는 맞춰봤다. 그런데 우리는 말로 맞출 것이 거의 없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저글링과 마술과 마임이기에 연습이 꼭 필요하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고 밖에서 연습은 힘들 것 같다. 일단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서 한번씩 해보긴 했다. 그냥 얘기를 나누면서 간단하게. 나는 비트박스 시작을 어찌할지 고민했는데 연습을 하다 하나 만들었다.

그나저나 준우 형은 머리를 민 게 단 한번의 웃음 때문이었는데 장비가 좀 안 좋은건지…. 아이들 장난감용 화살을 쏘아서 머리에 붙도록 하려 했는데 잘 안 붙는다. "에이, 안되네…어쩌지…그럼 뺍시다." 준우형이 "그럼 나 머리 왜 밀은거야?" ㅋㅋㅋㅋ. 다들 그 말에 공감하며 웃었다. 될듯 말듯 해서 아깝긴 하지만…왠지 조금만 더 하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에서 준우 형을 탐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양인 크라운(광대)이 없거니와 같은 팀이지만 내가 봐도 굉장히 잘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관람하러 온다는데, 왠지 머리를 삭발하고 나서 태양의 서커스랑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오직 내 생각이지만…ㅋㅋㅋ.

2박 3일째 시간이 가고 있지만 무의미하게 보내지는 않고 있다. 하나하나 필요한 소품을 사고, 만들고, 정비하고, 각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마임 같은 것들은 집에서 맞춰봤다. 특히 경선이가 이제 조금씩 걸을 수 있어서 야외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 사람들의 고기를 먹는 취향도 독특하다. 닭도 일명 뻑뻑살을 더 좋아라하고 부드러운 닭다리는 안 먹는단다. 신기한 애들이네. 닭다리 20조각을 사도 여기선 2만원이 안된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수원이가 해 준 닭다리 튀김으로 거하게 배를 불렸다. 수원이는 다재다능하다.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만능박사 조수원ㅋㅋ.

다들 맛나게 저녁을 먹고 경선이 재활운동을 했다. 내일은 절대로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접었다.

글·옹알스 최기섭, 정리·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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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