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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 사람] 천안우체국 집배실장 이영희씨

동네 복지관과 인연 맺은 ‘기부 천사’

13년간 도심과 시골마을을 찾아 다니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웃에게 사랑을 배달한 우체국 집배원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천안우체국 이영희(58) 집배실장이 처음 나눔을 실천한 곳은 지역아동복지전문기관.

 집으로 날라온 유니세프 후원쪽지를 보니 힘겹게 지낸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매달 3만원씩 월급에서 기부하기 시작했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가 시행하고 있는 아동결연사업에도 동참했다.




이웃에게 사랑을 배달하는 천안우체국 이영희씨. 천안쌍용종합사회복지관에 있는 봉서경로당 효행공적비에 이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결연을 맺은 아이를 위해 매달 3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한 게 올해로 13년째다. 4살 배기 아이는 훌쩍 자라 어느새 고등학생이 됐다. 이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가 씩씩하게 자라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고 했다.

 천안지역 시민사회단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후원비로 들어가는 돈만 한 달에 5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지역 법인택시(광복운송, 태진운수, 천안택시, 상호운수 등)를 찾아 정부지원과 사업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조건으로 537대 택시 종사자에게 상해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게 연결했다.

 지역종합사회복지관은 이씨가 자주 찾는 곳 중에 하나다. 복지관에 매달 후원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월급에서 일정액을 모아뒀다가 명절이나 어버이날이 되면 쌀, 과일, 케이크 등을 들고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과 쌍용종합사회복지관에 있는 어르신들을 찾는다. 쌍용종합사회복지관 소개로 어르신 2명과 결연을 맺었는데 3년 전 어르신 한 명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지난 2월 김영태(19·가명)과 결연을 맺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김군은 이씨의 도움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씨는 “어려운 시절 기억 때문에 어렵게 사는 이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조금씩 도와주게 됐는데 오히려 그들로 인해 보람, 뿌듯함, 기쁨이 가슴에 차오르는 행복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노숙자에게 보금자리 선물한 ‘희망 천사’

천안시 봉명동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 쪽방. 이씨가 오랜만에 황영기(45·가명)씨 집을 찾았다. 황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도 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노숙자였다. 하지만 이씨의 도움으로 주민등록증도 갖게 됐고 작은 방도 생겼다.

 “요즘 뭐하고 지내? 집에서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도 좀 만나고 일자리도 찾아보고 해 형한테만 의지하지 말고….” 이씨의 걱정에 황씨가 미안한지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가끔씩 나가는데 아직까지는 좀 사람 대하기가 어렵네요.”

 이씨가 집 밖까지 배웅하러 나온 황씨의 손에 꼬깃꼬깃 1만원을 손에 쥐어 줬다. “더운데 닭이라도 한 마리 푹 삶아 먹고 기운내라.”

 이씨와 황씨의 인연은 2009년 11월 시작됐다. 처갓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지장리 냇가에 쓰러져 있는 황씨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선 집으로 데려가 몸을 녹였다. 며칠 뒤 병원에 갔는데 건강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고 주민등록도 말소돼 있었다. 자비를 털어 치료를 시작했다. 집과 병원을 다니면서 주민센터를 찾아 주민등록증도 다시 만들고 건강보험에도 가입했다. 병원에서 지적장애(3급)를 확인 받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보잘것없는 노숙자를 집에 데려와 4개월간 생활하며 정을 나눴다. 아내도 묵묵히 남편을 도와 정성껏 보살폈다.

 지난해 여름엔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방을 구해줬다. 홀로 사는 쓸쓸함이 안타까워 신부감도 찾아 소개시켜줬다. 황씨는 현재 아내와 희망의 싹을 틔워가고 있다.

 이씨는 “20살 전후로 7형제를 두고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피기까지 이웃들의 도움이 컸다. 이젠 도움을 받은 것 이상으로 이웃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는데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고 웃음지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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