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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정책 엇박자 … ‘1달러=1050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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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산업 강국, 무역 대국 완성’.

 각각 정부 과천청사 1동(기획재정부)과 3동(지식경제부) 현판에 담긴 문구다. 정책 모토를 담은 이런 현판은 과천청사에서 1동에만 거는 게 그간의 불문율이었다. 기획재정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데다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갖추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난달 초 최중경 지경부 장관의 지시로 3동에도 비슷한 크기의 현판이 내걸렸다. 내용도 재정부의 현판과는 풍기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양 부처 간 이런 미묘한 분위기는 최근 원화값 강세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물가냐 성장이냐를 놓고 장관들의 시각차가 엿보인다. 산업과 수출을 챙기는 지경부와 최 장관은 “중소 수출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라며 수시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반면에 재정부와 박재완 장관은 조용하다. 물가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란 게 시장의 해석이다(원화가치가 오르면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외환관리의 또 다른 축인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는 그때그때 강조점이 바뀐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선 “정부 내에서도 목소리가 서로 달라 환율 방향을 점치기가 어렵다”며 불만이다.





 정부의 원화 가치 ‘저지선’은 연초 달러당 1100원 선에서 1050원 선으로 올라가 있다. 특히 박 장관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우선순위를 물가에 둔다”고 강조한 이후부터 오름세가 빨라졌다. 급기야 1일에는 지난주에 이어 장중 1050선이 다시 깨졌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한 반면, 수출과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다 장 막판 정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1050.5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가치가 오르는 속도에 비례해 정부 내 환율 ‘매파’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국제금융국장 시절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최틀러’란 별명까지 얻은 최 장관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지난달엔 “환율로 물가를 잡겠다는 건 순진무구한 발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수입에서부터 최종 소비까지 관여된 사람들이 정직하게 환율이 떨어진(원화는 상승)만큼 가격에 반영하겠느냐”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데, 원화값이 올라가면 기업 이익이 줄고 투자도 못해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원화 값 상승 폭만큼 100%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는 맞다”면서도 “하지만 물가당국의 입장에선 다만 20~30%의 효과라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절실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장관과 달리 재정부나 박 장관으로선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관가에선 “국정기획수석을 거친 데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 장관인 만큼 최근 물가고(高)가 민심 이반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그냥 두고 보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스타일상 최 장관과 달리 환율에 대해 직설적인 언급을 피하는 경향도 있다.

  김중수 총재는 더 종잡기 어렵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에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원화강세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에는 “(저)환율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환율정책을 물가를 위해 쓸 것이냐는 여러 가지 거시경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이런 복잡한 정황상 외환당국은 당분간 ‘속도 조절’에 주력할 것이고, 원화 강세 기조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앞서 노무라증권은 올 4분기 달러당 1020원에 이어 내년엔 평균 원화가치가 달러당 960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은행 서정훈 연구위원도 “내년에 달러당 980~1020원 범위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물가 상승률이 꺾이기 시작하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한은행 조재성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물가 때문에 정부가 후퇴했지만, 9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다시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며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당국에서도 슬슬 원화 값 상승 속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올 들어 달러 대비 7% 이상 올랐는데 이 속도로 가면 14%에 이르는 절상률이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손해용·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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