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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재체제 구축, 국가만의 영역 아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과 이틀 사이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을 비롯한 곳곳이 할퀴어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적인 기상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기상상황에 맞는 방재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고 지역에 옹벽 몇 개 세우고, 하수관을 넓히는 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차례에 걸쳐 몇 개년 계획을 세우더라도 아열대로 변해버린 기상에 맞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 관련 주체의 역할이 제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금번 수해사태의 원인으로 난개발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주민의 복리증진과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개발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해 왔다. 주민들의 환영도 받았다. 그리고 개발 관련 규제 완화가 최선으로 인식되었다. 자연에 대한 배려와 개발의 미래에 대한 긴 호흡은 어디에도 없었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은닉된 가치에 대해서는 대부분 주목하지 않았다.

 각종 인허가를 포함한 개발 정책과 그 부작용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도 지자체 및 소관부처들의 집행 및 협력체제도 미흡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등에 의해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지구단위 홍수방어 기준, 자연재해 위험지구 지정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집행은 형식적이었으며, 금번 수해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울러 개발은 주택, 도로 및 제반시설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재해에 대한 대응은 부처별로 분산되고 협력이 원활하지 않는 등 여전히 종합적이지 못하다.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회 역시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방재체제의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입법하고 정비했어야 했다. 지금과 같은 기본법 중심이 아닌 구체화된 분야별 입법이 필요하다. 일본 의회는 도시 홍수 방지를 위해 이미 2004년에 특정 도시 하천 침수피해 대책법을 마련한 바 있다.

예산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미국의 산사태재해프로그램(LHP) 등과 같은 중장기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수개년에 걸친 연속예산을 편성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해 주는 등 노력해야 한다. 지방의회 차원에서도 능동적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등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우면산에 방재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사유지로 인한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사유지에 공적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복잡다기화된 행정은 국가만이 해서는 잘 해낼 수 없다. 민·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건전한 의지를 가진 주민들의 협력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돼 있는 주민의 권리를 활용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대통령과 국회를 견제해야 한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해로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이제 국가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상황을 정리해 봐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할퀴어진 상처를 보듬으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행보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사태의 표면적인 원인 지적만이 있다면 수년 내에 이러한 일들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근본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 국회, 지자체, 주민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 모든 주체가 함께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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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