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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보험사기





보험사기의 역사는 보험의 역사만큼이나 깊다는 말이 있다. 사고 시 목돈을 쥐는 보험은 범죄가 기생하기 좋은 숙주(宿主)다. 머리만 잘 쓰면 거금을 단박에 챙길 것 같다. 1944년 빌리 와일더 감독의 ‘이중배상(Double Indemnity)’에서 올해 개봉한 류승범 주연의 ‘수상한 고객들’까지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이 더 극적인 경우가 많다. 조폭이 인터넷에서 26세 여자를 유혹해 합법적인 부부로 신고하고, 여자 명의로 3개 보험에 가입한다. 얼마 뒤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강물에 밀어넣는다. 경찰은 여자가 운전 미숙으로 익사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한다. 2007년 6월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4년 만에 한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범인이 잡혔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낙지 살인사건’. 지난해 4월 인천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숨졌다. “여자 친구가 낙지를 먹다 쓰러졌다”는 남자의 진술에 따라 사고사로 처리됐다. 하지만 1년여 수사 끝에 검경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에 무게를 두고 남자친구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보험사기는 특히 경기가 악화되면 더 늘어난다. 금융감독원은 2004년부터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보험계약·사고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분석, 혐의자를 자동으로 걸러낸다. 보험사들도 유사한 전산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그 덕인지 적발된 사람이 2006년 2만6754명에서 2009년 5만4268명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업계는 보험사기 검거 비율이 10% 선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잡기 어려운 탓이다. 나중에 범죄로 드러난 것도 조사 과정에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객을 의심한다는 민원을 받기 일쑤다. 90%가 빠져나간다면 범죄 유혹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기죄 신설을 고려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기장이 6월 17일부터 약 20일간 수혜액이 30억원에 달하는 6개의 보험에 들었다고 한다. 일부에선 사고 시점과 받을 보험금이 크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연봉 2억원인 사람이 30억원에 눈이 멀어 자신은 물론 부기장까지 죽이고, 2000억원짜리 비행기를 박살내고, 회사의 19년 무사고에 오명(汚名)을 남겼을까. 믿기 어렵다. 블랙박스를 빨리 찾아야 한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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