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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울릉도 오려는 일본 의원에게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일본 제1야당인 자민당의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4명이 8월 1일부터 4일까지 방한하려 한다. 서울에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독도의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 다음 울릉도 독도박물관에 들러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살피는 게 목적이란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언론 산케이(産經)신문은 그들의 행차를 “적정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말의 ‘적정’(敵情)에는 ‘상대방의 동정’이란 뜻도 있어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 유쾌하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들이 진실로 ‘적정’을 살피려면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이 아니라 바로 독도에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독도의 실효적 지배와는 관계없는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에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내법상 독도에 가려면 입도허가(入島許可)를 받아야 한다. 공인(公人)인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입도허가를 받아 독도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은 곧 독도에 대한 우리나라 관할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4일 국회 독도특위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 3명이 사무직 1명을 대동하고 50분간 ‘쿠나시르 섬’에 간 일이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한 전략수립에 필요하다는 게 50분간 체류의 명분이었다. 쿠나시르 섬은 일본인들이 ‘구나시리(國後)’라 부르는 곳으로 러·일 간의 영유권 분쟁이 있는 곳이다. 공인인 국회의원이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에 일방의 비자를 얻어 들어가게 되면 그 지역에 대한 비자 발급국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쿠나시르 섬 방문에 일본이 격렬히 반발하고, 지금까지 그 여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1년 한국 어선들이 북방 4개 도서 인근 수역에 러시아의 허가를 얻어 입어(入漁)하자 일본이 즉각 북해도 산리쿠(三陸) 해역에서의 한국 꽁치잡이를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한국 내의 여론은 일본 국회의원들의 울릉도행 소식에 격앙돼 있다. 일본 국회의원 4명이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을 참관한다고 해서 독도 영유권에 훼손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격앙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대해 일본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할는지 모른다. 이것은 장구한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마음 속에 쌓이고 또 쌓인 앙금의 결과이며 이 점을 간과하고선 한국 국민의 대일 정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흔히 36년간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로 한·일 간의 과거가 청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36년간의 식민지 지배에 앞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있었고 장구한 세월에 걸친 왜구의 노략질이 있었음을 생각하지 못한다. 신라 향가에까지 왜구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은 일본에 대한 역사적 피해자였으며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정서는 수천 년에 걸친 역사 가운데서 형성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말끔히 지워져 정상적 관계가 복원되려면 비정상적 관계를 성립시킨 만큼의 세월에 걸친 일본인들의 자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국민 외교’란 말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외교에는 정부 간 외교뿐 아니라 국민 간 외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본 국회의원들의 방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디 대통령까지 나설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기 또는 객기로 한·일 간의 ‘대국민 외교’에 파국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분란을 막고 한·일 간의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 국회의원들이 방한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오고 싶으면 독도 문제 어쩌고 하지 말고 조용히 와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심층적 이야기를 나누는 길이 있을 것이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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