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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내가 프로펠러 비행기라면 너희는 제트기”





한 무대 서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선·후배’ 정명훈·손열음·이지혜



올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단체 우승’은 한국이었다. 한국인 상위 입상자 다섯 명 중 손열음·이지혜(왼쪽부터)씨가 지난달 29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정명훈씨와 만났다. 정씨는 37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입상했다. 정씨는 이들 둘과 함께하는 무대를 이달 중 잇따라 마련했다. [오종택 기자]





“나는 프로펠러 비행기고, 너희들은 제트기지. 비교가 되지 않아요.”



지난달 말, 서울 세종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실. 지휘자 정명훈(58)씨의 말에 젊은 연주자들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씨였다. 물 여섯 동갑내기 둘은 지난 6월 모스크바에서 날아온 낭보의 주인공이다.음악 경연대회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각각 2·3위에 올랐다. 정명훈씨가 1974년 2위에 입상한 후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던, 상징적인 대회다. 올 경연에선 모두 다섯 명의 한국인이 상위 입상했다.



정씨는 문화 불모지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날린 공로로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의 카 퍼레이드를 당시 문화공보부에게 선물받았다. 37년이 지났고, 정씨는 후배들에게 연주 무대를 선물한다. 달 11일엔 이지혜씨가, 14일엔 손열음씨가 정씨와 한 무대에 선다.



콩쿠르가 끝난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셋은 대회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나눴다. 정씨가 운을 뗐다. “사실 난 입상할 거란 생각을 못했고, 우리 선생님까지 출전을 말릴 정도였다. 그래서 콩쿠르에 꼭 입상할 수 있는 화려한 작품보단 음악이 좋은 곡들을 골라서 연주했다. 결선에서 연주한 생상스 협주곡 2번도 어렵고 화려하기보다는 아름답고 쉬워 ‘휴식’ 같은 작품으로 불릴 정도다.”



 손열음씨는 74년 당시 정명훈씨의 실황 음반을 이미 가지고 있다. 10여년 전 구한 앨범이다. “꼭 듣고 싶어서 오래된 녹음을 어렵게 구했는데, 생상스 2번 연주가 정말 좋아 여러번 되풀이해 들었다.” 피아니스트에게 ‘꿈의 무대’나 다름 없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환상을 손씨에게 심고 키웠던 음반인 셈이다. 그러자 정씨는 “사실 당시 내 연주엔 틀린 곳도 많고 불완전하지만 요즘 너희 세대 연주를 들으면 제트기 날아가듯 매끄럽다.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콩쿠르 입상 이후 음악가가 걷는 길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정씨를 처음 만난 이지혜씨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을 거쳐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다. 국제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는게 목표”라 자신을 소개했다. 정씨는 “독주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지휘를 해보니 한 나라에서만 공부한 연주자들의 결점이 보인다. 여러 곳에서 보고 배운 연주자가 가장 많이 성장한다. 특히 연습실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세상을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74년 내가 콩쿠르에 나갔을 땐 1위에 오를 거라 누구나 예상했던 유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가 4위에 그쳤다. 콩쿠르 결과는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평생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을 뿐”이라 설명했다.



 이지혜씨는 11일 오후 7시30분 중랑구 금란교회에서 서울시향의 ‘우리동네 음악회’를 함께 한다. 손열음씨는 14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서 광복절 기념음악회에 함께 선다. 선곡이 특별하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결선 지정곡인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이다. 음악 후배와 선배의 절묘한 만남이다. 또 이날 무대엔 이번 차이콥스키 여자성악 1위에 오른 소프라노 서선영(27)씨도 함께 선다.



 정씨는 지난달 19일 서울시향과 함께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음반을 전세계에 발매했다. 이달 중순부터는 영국·독일 등 유럽 4개국에서 순회 연주를 한다. 37년 전 피아니스트로서 한국 음악인의 힘을 세계에 드날렸고, 이젠 교향악단의 저력을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나보다 한수 위”라 이른 후배들이 이제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펴고 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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