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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할아버지는 영어·한자 선생님…무료 과외로 정 나눠요

오전 8시.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정지윤(16)·효민(13)·용훈(10) 3남매는 외출 준비로 바쁘다. 집을 나온 3남매가 향한 곳은 아파트 회의실. 3남매는 교탁 앞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기다리던 영어·한자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아파트 탐방] 천안 백석 푸르지오 아파트

25일 10시 백석 푸르지오 아파트 회의실. 노인회가 첫 수업을 시작했다. 3남매를 포함해 30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알파벳 ‘O’는 ‘오, 오우, 아, 어’로 발음되요. 어떻게 발음되는지 칠판에 적힌 단어를 읽어볼까요?” 이중수(66) 노인회 감사가 단어를 짚었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따라 읽었다. 낯설었던 동네 할어버지는 어느새 아이들의 영어 선생님이 돼 있었다.









'정이 넘치는 아파트'를 만드는 주역들. 왼쪽부터 정종헌 아파트 관리소장, 이중수 노인회 감사, 인태희 노인회장, 김태원 입주자 대표.







남매가 함께 공부하며 형제애 키워



지윤이네는 영어·한자 수업을 함께 듣는다. 같은 수업을 듣지만 각자의 목적은 다르다. 첫째인 지윤양은 중학교 3학년이다. 이미 기초 영어는 배웠다. 그러나 복습 차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그는 “아침 일찍 수업을 듣기 때문에 하루가 길다”고 말했다.



 둘째인 효민양은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평소 중학교에 가면 처음 배울 한자가 걱정이었다. 이 때 한자수업이 열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고민하지도 않고 신청서를 냈다.



 막내인 용훈군은 누나들의 권유로 참석했다. 첫 수업의 어색함도 잠시. 누나들과 함께 공부하니 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 수업에는 지윤이네 같이 자매 또는 형제끼리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최지호(12)·진호(10) 형제는 어머니의 권유로 참석했다. 아침 일찍 어머니는 직장에 출근한다. 형제는 어머니가 없는 집 대신 친구와 선생님이 있는 아파트 회의실에서 오전을 보낸다.









이중수 노인회 감사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큰 호응 보여



전미영(40)씨는 두 아이와 수업을 듣는다. 전씨 가족은 시부모와 떨어져 산다. 당연히 아이들이 조부모를 만나는 횟수도 1년에 두세 번 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에게 예절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전씨는 “이 수업에서 공부는 물론 웃어른을 공경하는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영(35)씨는 자녀 방학기간 동안 자녀의 공부 기초를 다지고 싶었다.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니 아이에게 경쟁심도 생기는 것 같단다. 김씨는 “개학 후에도 방과후 20~30분씩 수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는 커피타임



노인회와 부녀회는 매월 두 차례 노인회 사랑방에서 ‘커피타임’을 갖는다. 아파트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눈다. 지난 초복 때 아파트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했던 일도 이 때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환경정화 용역비’를 절감하려고 부녀회, 노인회, 관리소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수시로 아파트 주변을 정리하고 화단에 있는 잡초를 제거했다. 줄어든 환경정화 용역비 만큼 주민들이 내야하는 관리비가 적어졌다.



학생들도 월 1회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평소에 모르고 지내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눴다. 학생들은 이웃간의 정을 키울 수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이웃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도 어색하지 않다. 송정자(45) 부녀회장은 “앞으로도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열겠다”고 다짐했다.











아파트내 복합 시설 갖춰



아파트 유즈센터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탁구장이 있다. 피트니스 센터는 러닝머신, 헬스사이클, 벤치프레스 등 20여 종의 운동기구를 갖췄다. 골프연습장에는 12개의 골프체가 준비돼 있다. 골프 강사가 개별 지도까지 해준다. 탁구장은 센터 회원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사설 센터만큼의 시설을 갖췄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회원수가 250여 명에 달하는 이유를 알만 했다. 이동현(16)군은 방학을 맞아 피트니스 센터를 찾았단다. 이군은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 편리하다”며 “아침 일찍 운동 하니 상쾌하다”고 말했다.



유즈센터 옆에는 도서실이 있다. 16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43개의 칸막이 책상도 설치했다.



아파트 내 분수에는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분수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오전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글·사진=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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