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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축은행 사태, 소송이 해법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피해금액은 약 1400억원에 이른다. 후순위채권은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 등 ‘채권’만 보호하기 때문이다. ‘원리금 합계 5000만원의 보호’ 한도가 제정된 2001년 이후 80개에 달하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후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도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채권자들이 있다. 이들이 재판이나 헌법소원으로 예금자보호법의 위헌성을 다툴지언정,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처럼 집단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숨겨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점과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부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기관에 부실 징후가 발견된 경우 금융위원회는 ‘적기 시정조치’라는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 지난해 초 저축은행의 부실은 감사원에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자산 매각명령 같은 적기 시정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1년 이상 부실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저축은행을 제대로 검사하고 그 결과가 상호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공시됐다면 이후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뇌물의 대가로 지적 사항이 은폐됐으므로 뇌물을 받은 금융감독원 직원은 물론이고 소속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도 민법 제756조(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금융감독 당국을 상대로 하는 소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경우 자신의 관리·감독하에 있는 직원의 업무 관련 범죄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금융감독 당국의 불법행위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맨 처음 뇌물을 받고 했던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금융상품을 사거나 만기를 연장했다는 사실만 밝히면 된다.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금융감독 당국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전액 보호받도록 할 수도 있으나, 이는 바람직한 구제방안이 아니다. 예금보험기금은 주로 금융기관 고객인 예금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조성된 돈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보험금 지급 등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의 기금을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부실 저축은행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면서 후순위채권을 인수 대상 자산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인수 희망자는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자금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예금보험기금으로 메우게 되므로 법 개정을 통한 전액보호 방법과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결론적으로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를 위한 올바른 구제방법은 금융감독 당국과 소속 직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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