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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강남 복판의 황당 뻘밭







정재숙
문화스포츠 에디터




대한민국 건축물 붕괴의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예는 뭐니뭐니해도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겠지만, 그 사반세기 앞서 서울 마포에서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역시 우리의 집단기억에 생생하다. 와우? 신세대들은 생뚱맞게 Wow를 떠올릴 수도 있겠는데 실은 누울 와(臥)에 소 우(牛), 즉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산이라 해 와우산이고 그 산자락에 지어 와우아파트였다. 소가 편히 누워 있는데 거기에 뚝딱뚝딱 건물을 지어올렸으니, 소가 꿈틀하는 바람에 무너져내렸다는 풍문이 떠돌 만했다. 해석은 그럴듯했으나 실은 온갖 부정으로 건축자재를 빼돌려 잔해에서 철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2011년 여름에도 소다. 이름하여 우면산(牛眠山)이다. 잠든 소를 또 인간들이 잘못 들쑤셨는지 스스로 허물어져 재앙을 불러왔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그 광장처럼 넓은 길이 뻘밭으로 변한 풍경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지구촌의 사건·사고들이 매일처럼 일어나고 있어서 우리의 감각이 꽤 둔감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누런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이번에 서울의 강남 쪽에 퍼부은 집중호우는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큰 비였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빈도와 가능성을 표현한다. 100년 만에 한 번, 50년 만에 한 번.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100년은 별 게 아니다. 가능성이 100년 만에 한 번인데 지난 10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건 곧 머지않아 그 일이 현실로 닥칠 것이라는 가장 확실한 예고가 되지 않는가. 전 국토의 70%가 산지(山地)인 우리나라에서 둥지 틀고 사는 일이란 실은 거의가 산자락이나 계곡에 사는 것과 같다. 이런 환경에서 집중호우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으니 이번과 같은 산사태의 위험 또한 날로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현재의 산사태 위험지도에는 우면산도 춘천 참사의 그 뒷산도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은 이제 귀에 못이 박인 상태인데도 공직자들은 거의 요지부동이다. 고속철 선진국 일본 옆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희한한 2중주 고속 변주곡을 연주하더니 마침내 중국에서 결정적으로 사나운 꼴을 연출하고 말았다. 어쩌면 서둘러서 화를 자초하는 데는 우리보다 중국이 원조였던 모양이다.



 얼마 전 KTX에서 자주 탈이 나면서 언론에서 ‘사고’라고 표현하자 우리의 코레일 사장은 친히 ‘사고’가 아닌 ‘고장’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고장이 나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여행 일정을 비틀어 놓았으면 그게 곧 사고 아닌가. 물론 고장인지 사고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자질구레한 현상들이 장차 도래할지 모를 본격적인 어떤 큰 참화의 전조 또는 예고는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초구청 직원들은 우면산을 내 집 뒷산처럼 위태롭게 여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공직자들이 당장 제 가족과 저 자신의 안위에만 골몰한다면 공동체는 망가진다. 우면산의 나무들이 수분 흡수력이 낮은 아카시아 같은 수종이라는 지적이 왜 이제야 나오는 걸까. 서울시는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 계획의 타당성 여부는 좀 더 알아봐야겠으나 서울의 자존심이라는 강남에 물과 토사가 그득한 이 판에서 보면 너무 한가로운 얘기다.



 그동안 물난리와 무관했다는 고지대 주민의 증언이 귀에서 맴돈다. 비탈길을 따라 무슨 인형이 떠내려 오나 봤더니 동네 주민의 아이였다는 것 아닌가. 아이의 엄마는 또 다른 길로 떠내려갔다고 했다. 차마 농담할 일이 아니지만, 이게 무슨 여름 스포츠도 아니고.



정재숙 문화스포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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