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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명 숨졌지만 … 희생양 만들기 없었다





이것이 노르웨이 시민의식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지난 25일 오슬로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많은 언니·오빠들이 숨진 게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나라로 가면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까요?”



 노르웨이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이슬람 이민자 2세 소녀 소피아(13)의 글이다. “이슬람 신자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라고 연쇄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범행 동기를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현지 일간지 다그블라뎃에 따르면 시민들은 소피아에게 “우리에게는 네가 필요해” “네가 아닌 우리 모든 어른의 책임이야” 등의 답글을 보내줬다. 브레이빅의 테러에 76명이 희생된 노르웨이의 한 단면이다.



참극이 일어난 지 6일째, 국민은 구성원 전체의 연대 책임과 고통 분담을 이야기하며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어떠한 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적 참사를 오히려 국민 화합의 계기로 삼는 선진적 시민의식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68명이 사망한 청소년 캠프를 주최한 집권 노동당의 청년위원회(AUF)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위원장 에스킬 페데르센은 가는 곳마다 시민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는다. 한 시민은 “자책감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장 도착이 늦어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경찰을 질타하는 것도 현지 언론이 아닌 외신들이다. 유력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의 기자 마르틴 크리스토페르센은 “국민은 경찰관들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일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었던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경찰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언론에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슬픔과 고통을 헌화로 달래고 있다. 꽃으로 감정을 정화하는 모습이다. 25일 수도 오슬로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0만 명은 일제히 손에 꽃을 들고 시청 광장에 모였다. 폭탄 테러 발생 지점 인근에 있는 돔키르케 교회 앞 마당은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수십만 송이의 꽃으로 뒤덮였다. 연일 수만 명이 꽃을 들고 교회에 오는 바람에 ‘꽃밭’의 규모는 나날이 커간다.



 정부는 수습을 서두르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사건 발생 닷새 뒤인 27일에야 처음으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범국가적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사건을 총체적으로 조사·분석하겠다는 것이었다. 단발적 조치보다는 근원적 처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지도자들은 불행을 국가 통합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자세를 보여줬다.



총리는 “테러범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더 나은 민주주의, 더 큰 개방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랄 5세 국왕의 아들인 하콘 왕자는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그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메흐타브 아프사르 노르웨이 이슬람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일로 종교적 반목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오슬로대 랑발 칼레베르그(사회학과) 교수는 “테러가 국민을 더욱 단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상처는 그렇게 국민적 화합으로 승화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의 시민들은 미움보다 사랑을 먼저 표현하는 인류애도 보여줬다. 페이스북에서는 브레이빅의 모친 뷍케 베링을 위로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이상언 특파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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