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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강남구, 현장 무시한 ‘무성의 행정’ 논란





강남구, 현장 무시한 ‘무성의 행정’ 논란



25일 강남구 역삼동 역삼종합시장 부지에서 아파트와 상가가 입주할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강남구는 이곳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했지만 1981년 문을 연 역삼종합시장은 지난해 4월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조제경 인턴기자(조선대 법학과)]<사진크게보기>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2번지는 지난달 강남구가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한 청담제일시장 자리다. 하지만 현재 청담동 122번지엔 보호해야 할 전통시장(재래시장)이 없다. 지정되기 전인 지난 4월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재건축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3년 완공되는 이 건물엔 상가와 전용면적 27~48㎡짜리 도시형 생활주택 89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강남구는 지난달 10일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일명 ‘SSM 조례’)에 따라 7곳을 보호해야 할 전통시장으로 지정했다. 전통시장으로 지정되면 시장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 이내에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대형 점포가 들어설 수 없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7곳 중 3곳은 전통시장이 사라졌고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조례는 전통시장이 사라진 공사장을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함께 전통시장으로 지정된 논현동 227-4번지의 논현종합시장은 주로 사무실과 창고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시장에서 일하는 경비 담당자는 “이곳은 전통시장이 아니고 허가를 받으면 재건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454번지의 신사시장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다. 아파트 동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원래 직선 500m 이내에 대형 점포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반면 실제로 시장이 있는데도 전통시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강남구가 전통시장으로 지정 고시한 영동시장은 지역 주민들이 흔히 영동시장으로 이용하는 곳이 아니었다. 시장으로 고시된 주소(논현동 122-8번지)는 옛 영동아파트 자리로 현재 지하 4층, 지상 11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시장 점포가 남아 있는 인근의 ‘진짜’ 영동시장은 도시계획법상 시장 부지가 아닌 주거지역이라는 이유에서 전통시장 지정에서 제외됐다. 서울시의회 강희용(재경위) 의원은 “이런 식으로 전통시장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조례의 취지에 맞지 않는 행정 편의적인 조치”라며 “자칫하면 전통시장은 보호하지 못하고 용적률 혜택이 많은 시장 재정비 사업을 통해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길만 열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윤중 강남구 기획경제국장은 “공사 중인 곳을 지정할지 말지 논란이 있었지만 도시계획법상 시장 부지이기 때문에 일단 지정해 대형 점포 입점을 막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생계형 자영업자를 보호하자는 조례의 본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존 시장에서 영업을 하던 영세상인이 혹시라도 들어올 경우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글=전영선 기자·양정숙 인턴기자(서울대 소비자학과)

사진=조제경 인턴기자(조선대 법학과)



◆SSM 조례=정식 명칭은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지정 등에 관한 조례’다.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통시장 직선거리 500m 안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대형마트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어 흔히 ‘SSM 조례’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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