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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는 정치선전 도구 아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2009년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의 징계문제가 다시 쟁점화하면서 요즘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애초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국선언을 정치행위로 규정하고,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근거로 해당 교사들을 징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좌파 성향의 전북교육감이 교과부의 징계 권고를 이제껏 묵살해 왔고, 급기야 교과부가 이를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시국선언이 정치행위가 아니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시국선언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시국선언은 그 배경과 주제 면에서 교육과 전혀 상관이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시국선언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교사들의 정치활동의 자유로 귀결된다.



 현행법은 교사들의 참정권이나 정치적 사상에 대한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취지는 군인이나 공무원처럼 교사들의 경우에도 정당의 가입, 특정 후보의 공개적 지지나 거부 등과 같은 정치성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제한하자는 것이며, 이 같은 교육의 정치중립성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교육의 정치중립성이 정당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거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주도될 때 교육의 본질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육이 독재정치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작태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또한 일부 교육감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며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학업지도와 인성교육이 소홀해지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그들은 입으로는 ‘교육에는 좌도 우도 없다’고 외쳐대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의 구현을 위해 교육을 이용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활동을 법으로 허용하고 보장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클 것이다. 학교는 국회의 축소판이 되고, 교사들은 자신의 소속 정당별로 분열되어 교육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정치적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과 논쟁을 일삼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다음으로, 교육의 정치중립성은 정치적 세뇌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 일부 교사는 소위 계기수업을 핑계 삼아 노골적인 ‘정치교육’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말이 좋아 정치교육이지 이는 정치적 세뇌다. 즉, 교사 자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강요하는 것인바, 이야말로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교사들의 정치활동이 합법화될 경우 이런 교사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교사에게도 정치사상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사상을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많은 현대 국가에서 교사들에 의한 정치이념과 종교의 전파를 금지하고 있다.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합법화하자는 교원단체들은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의 정치활동이 법으로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교사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정당가입이 필수적이거나, 최소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교사들의 정치행위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선진국 교원집단의 정치활동은 교사들의 복지나 근무조건 등과 직결된다. 우리 교원단체들도 이러한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만약 일부 교사가 복리증진의 차원을 넘어선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정치활동의 자유를 원한다면 이는 자칫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場)으로, 그리고 교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선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엄수하는 길밖에 없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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