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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창의력 키워주고 편식 버릇도 사라져

“아저씨, 이거 보세요. 여기 감자알이 보여요.”
2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승안2리 아홉마지기마을. 수첩을 들고 다가선 기자에게 서지석(12·서울 개운초 6학년)군이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흙에서 감자를 발견하곤 어찌나 즐겁던지 “감자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가장자리 흙부터 파내라”는 조용웅(75) 할아버지의 훈수도 듣지 않고 연방 호미질을 하고 있다. 서울 돈암동에 사는 지석이는 오랜만에 흙을 만져본다.

곁에 있던 친구는 감자를 얼마나 많이 캤는지 감자를 담은 비닐봉지가 터져 버렸다. 지석이는 사극에서 봤던 대감마님 말투를 흉내 내 “욕심이 과하면 화를 입느니라”며 나무란다. 하지만 핀잔을 주는 것도 잠시, 빈 비닐봉지 하나를 구해와 친구의 감자를 담아 준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아이들은 가방에서 감자 한두 알씩 꺼내 즉석에서 미술 실습을 한다. 곽효승(11·5학년)군은 감자를 반으로 잘랐다. 그러고는 핀에다 수수깡 몇 개를 붙인다. 승용차라고 한다. 기자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꼬마자동차 붕붕’같이 보인다. 자동차를 원래 좋아해서 만들었다는 효승이는 “원래 감자를 먹지 않았는데, 이렇게 먹어보고 만져보니 좋아지는 것 같다”며 감자에 자꾸만 구멍을 낸다. 구상한 만큼 자동차 모양이 나오지 않았지만 효승이는 마냥 즐겁다.

가평군의 중앙에 있는 아홉마지기 마을은 연인산과 용추계곡을 등지고 있다. 마을 이름인 ‘아홉마지기’는 연인산의 옛 이름이다. 아홉마지기와 연인산이라는 이름은 그 옛날 이곳에서 숯을 굽던 청년 길수와 소정이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숯을 팔러 김 참판 댁을 드나들던 길수는 종 소정이와 눈이 맞았으나, 김 참판은 조 100석을 가져오거나 숯 가마터를 가져와야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길수는 연인산 정상 부근에서 밭을 일굴 수 있는 분지를 찾아 아홉마지기의 화전을 일궈 조 100석을 일궜으나, 참판의 계략 때문에 역적의 아들로 몰리면서 소정이와 함께 조 더미 속에서 불에 타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아홉마지기마을의 대표 상품은 역시나 ‘조 뿌리기 체험’이다. 조 모종을 심거나 가을에 수확하는 것도 체험을 할 수 있다. 도리깨질·키질·절구 찧기 등 책에서나 봤던 농사체험은 물론, 감자·고구마·옥수수 수확도 할 수 있다. 농사체험을 할 때는 이 마을 농민들이 강사로 나선다.

이날 감자와의 씨름을 마친 아이들은 모두 근처 개울로 뛰어들었다. 용추계곡에서 내려온 개울물은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물을 뿌리는 남자아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평소 호랑이 같던 선생님에게 ‘물폭탄 복수’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학교 교사 김선후(28)씨는 “아이들이 직접 캔 감자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도 느끼고, 창의력도 계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1인당 1만8000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농촌체험이 요즘 휴가철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가평의 농촌들은 발걸음이 바빠졌다. 가평군 기획관리실 박재근 계장은 “지난해 말 경춘선 복선철도 개통 이후 가족 단위나 학교 단위로 농촌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적게는 하루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가평을 찾는다.

농촌체험은 어린이들에게 ▶심신 단련 ▶문제해결능력·창의력 증진 ▶농업 이해 및 교양 체득 등의 효과도 있다. 광주교대 방기혁(실과교육) 교수는 “외아들·외동딸로 태어난 아이들이 상호 존중이나 연대의식을 배우고, 탁 트인 농촌에서 창의적 사고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업과 식료품 유통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력도 기를 수 있다. 서울시과학전시관 김종우 교사는 “완성된 농작물을 보는 도시의 학습 여건과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체험해 보는 농촌에서의 이해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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