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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어 낚시에 사두질 체험, 갯벌은 반찬 가게

제부도 아래쪽,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어촌마을의 아침은 백로들 차지다. 녀석들은 모래사장 대신 회색빛 개흙이 깔린 바닷가를 여유롭게 거닐며 먹잇감을 찾는다. 갈매기 떼는 백로 무리의 기세에 밀렸는지 바다 쪽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눈치를 본다. 바닥이 드러난 갯벌은 무수한 칠게들의 운동장이다.

모자 쓴 머리에도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한 오전 11시, 백미리 갯벌에서 물이 빠진다. 앞바다에 보초병처럼 서 있는 감투섬을 끼고 바다 한가운데로 뻗은 시멘트길이 드러난다. 밀물 때는 수심이 9m에 달한다는 까마득한 바다까지 길은 2㎞여를 뻗어 있다. 갯벌이 논이라면 시멘트 길은 농로인 셈이다. 마을 아낙들이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나가던 그 길을 트랙터가 끄는 ‘갯벌마차’가 달린다. 인근 오산에서 왔다는 네 살배기 유치원생들을 가득 태웠다. 한 손에 새우깡을 쥔 아이들이 울퉁불퉁 갯벌 길에 신이 났다. 백령도 해병이었다는 어촌계 사무장 황용진씨가 아이들에게 호미와 바지락을 담을 망태를 나눠준다. 백미리 앞바다 갯벌은 겉보기에 뻘밭처럼 보이지 않지만 호미질 한 번이면 짙은 회색빛 속살이 드러난다. 갯벌 선생님으로 나선 마을 아주머니의 익숙한 호미질 몇 차례에 바지락이 순식간에 모인다. 어른이라면 30분 안에 1㎏들이 한 망태기를 바지락으로 가득 채우기 어렵지 않다. 재래시장에 가면 1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분량이다. 마을 어촌계에 조개 캐기 체험 대가로 1인당 7000원을 낸 것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흐뭇할 수밖에 없다. 사실 꼬마들은 바지락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갯벌 틈새로 달아나는 손톱만 한 돌장게와 물 웅덩이를 헤엄치는 소라게를 쫓아가느라 바쁘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지 세 시간, 아침까지만 해도 파도가 출렁이던 한바다였던 곳이 300만 평(1000만㎡) 회색벌판으로 변했다. 푸른 바닷빛 장화와 3000원짜리 대나무 낚싯대로 무장한 사람들이 망둥어 낚시에 나섰다. 바닷물이 찰랑대는 갯벌 끝 ‘먼바다’까지 나가 낚싯바늘에 갯지렁이를 꿴다. 바다에 낚싯대를 던져 넣기 바쁘게 ‘투두둑’ 입질이 시작된다. 10㎝는 족히 되는 망둥어가 낚싯바늘 아닌 갯지렁이를 물고 달려 나온다.

“잡은 걸 놔줘도 또 미끼를 무는 게 망둥어예요. 붕어가 기억력이 3초라는데, 이놈은 1초도 안 돼요.” 황용진 사무장이 망둥어의 습성을 장난스럽게 설명해준다. 망둥어는 환경의 척도란다. 오염된 바다에 사는 놈은 빛깔도 흐리고, 만지면 쉬 문드러지기도 한단다. 그러고 보니 백미리 망둥어의 몸 빛은 밝은 반투명 갈색이다. 그 자리에서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소주 한 잔 안주로 그만”이라며 황 사무장이 자랑한다. 망둥어는 말려서 조려 먹거나, 매운탕으로도 요리해도 제격이다. 연한 살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만들어낸다.

오후 4시, 빠졌던 물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엔 ‘사두질’ 체험이다. 사두질이란 2m 이상의 큰 뜰채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다. 밀물 때를 기다렸다가 갯골을 따라 들어오는 물고기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바깥 바다 쪽으로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차가운 밀물이 서서히 차오른다. 물살이 빨라진다. 힘겹게 뜰채를 들고 기다린 지 20여 분. 바닷물이 가슴께까지 차 올랐다. 뜰채 양쪽 손잡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가슴팍엔 그물대를 고정한 뒤 힘껏 그물을 당겨 들어올렸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망둥어·농어, 검지 손가락만 한 전어, 그보다 좀 더 큰 젓새우 등 다섯 마리가 올라왔다. 동행한 어촌계장 김호연씨가 그 자리에서 새우를 먹어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입에 넣은 새우가 짭조름하고 고소하다. 저녁은 매운탕이다. 낮 동안 땡볕 아래 갯벌에서 잡아온 것들로 솥을 가득 채웠다. 망둥어·농어새끼·새우·게·바지락…. 여름바다 갯벌이 입안 가득 들어왔다.

어촌의 밤은 도시인들에겐 또 다른 청량제다. 바다 내음 실린 밤바람은 상쾌함이란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오는 개구리 소리는 어촌의 밤에 화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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