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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ET융합·교통·의료·치안 등 모든 일 자동 통제

K씨는 스마트 TV를 켜서 ‘오늘의 신문’ 헤드라인을 먼저 본 다음, 좋아하는 프로야구 기사를 편집하는 기능을 작동시켜 간밤의 게임 결과와 재미있는 장면을 골라 본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TV 모니터로 출근길 도로상황을 확인한다. 도로에 설치된 감지시스템을 통해 교통량, 운행속도, 우회도로, 사고 소식 등 실시간 종합교통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출근시간 예측이 훨씬 정확해졌다. 과거보다 훨씬 진화한 지능형 교통망시스템이다. 긴급사고 시 통제센터를 운영하는 경찰서에서 사고지역 운행 차량들에 무선 신호를 보내면 차량 간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렇게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도시 전체에 깔려 있다.

중앙SUNDAY 창간 4주년 기획 10년 후 세상 <17> 스마트 시티

건강이 부쩍 악화된 80대 부친을 모시고 살지 못해 K씨는 마음이 늘 무거웠다. 하지만 10여 년 전과 달리 독거 노인이 화재, 가스 누출이나 돌발사태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집안에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비상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사회복지사가 즉시 출동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부친의 당뇨병이 심해졌지만 스마트 시티에 살면서는 매일 혈압과 혈당량이 체크돼 병원으로 자동 전송되고 담당 의사와 정기적인 화상진료를 할 수 있다. 재택 수진 뒤 의사가 내린 처방전은 약국으로 전송되고, 약국에선 사회복지사나 택배를 통해 약을 보내 준다. 부친의 건강 정보는 사회복지사와 가족의 스마트 단말기에 전송돼 맞춤형 복지가 가능하다.

IT가 행정·환경·교육 등 융·복합 촉진
스마트 시티란 정보기술(IT)과 친환경 에너지기술(ET)을 도시 공간에 융합한 지속 가능한 미래형 도시의 개념이다. 기존 도시가 거대화·과밀화되면서 발생한 환경·에너지, 교통, 주택, 보안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에 만족하지 않고 IT를 행정, 교통, 의료·복지, 환경, 금융, 교육, 근로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와 융합하려는 노력을 펼쳐 왔다. 지자체들도 과거에는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표방했지만 요즘엔 IT와 ET를 결합한 공공서비스를 통해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씨가 출근하고 집안 정리를 마친 K씨의 아내는 여름휴가 때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홈오토메이션(HA) 덕분에 TV 외에도 냉장고·에어컨 등 웬만한 가전제품은 인터넷과 연결된 지능형 제품이다. 그녀가 집을 나가자 동작 감지 센서가 작동하면서 가전제품은 절전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스마트 미터기에는 월간·일간 전력 사용량과 누진 요금제가 적용된 전기 요금이 나타난다.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의 취향정보를 읽은 전자시스템이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름옷을 추천하고, 이를 판매하는 매장까지 스마트폰으로 음성 안내를 한다. 매장 앞에 도착하자 벽에 부착된 커다란 전자패드에 K씨 아내의 체형·스타일에 맞게 미리 골라둔 아바타가 등장한다. 굳이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아바타를 통해 잘 어울리는 옷을 결정할 수 있다. 가족들의 저녁식사 메뉴를 생각하면서 스마트폰의 앱을 켜자 집 냉장고에 보관된 식품 목록과 유통기한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지난 한 주 동안 K씨 가족의 운동정보와 영양상태 정보를 기준으로 맞춤형 식단을 제안해 준다. 식품점에서 충동 구매를 할 일도, 매일 식단 걱정을 할 일도 없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K씨의 20대 중반 아들이 미래형 신도시에서 서울 중심가로 출퇴근하는 것도 쉬워졌다.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하고 세 번은 집 근처 스마트워크 센터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에다 팀원 모두의 작업 문서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시스템, 공동 여가공간이 잘 구축돼 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서 쉰다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점심시간 때 가장 붐볐던 음식점 풍경도 옛날 이야기다. 일에 대한 집중도와 효율성이 더 높아지면서 대면 문화를 고집하던 기업들의 자세도 많이 바뀌었다. 구글처럼 24시간 뷔페식당을 스마트워크 센터에 설치한 대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버스·지하철 승객은 많이 줄어들었다. 웬만한 지방 출장은 화상회의로 대체돼 ‘국내 출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세계사 시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과서·참고서·노트를 책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모든 학생은 보급형 개인 태블릿PC를 지급받았다. 디지털 교과서 덕분에 태블릿PC의 화면에 강의 교재를 불러 오면서 수업은 시작된다.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가 화면에 등장해 영국은 단일 국가이지만 월드컵 때에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로 나뉘어 각자 다른 국기를 달고 예선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역사 지도와 함께 설명해 줬단다. 참고자료로 제시된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를 보고선 영국에서 게르만족과 켈트족 간의 대립이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음을 알았다고 한다. 딸은 수업시간에 다 못 본 영화를 보기 위해 저녁 식사 후 스마트TV로 디지털 교과서를 불러온다. 모든 학습교재의 콘텐트는 오래전에 디지털로 변환돼 학교와 집이라는 공간의 구분 없이,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공부할 수 있다. 또 전자도서관 시스템에 접속하면 24시간 내내 더 많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어둠이 깊어가는 오후 10시,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이 상가 골목으로 들어오자 식당 주인들은 각자 쓰레기통을 내놓는다. 수거차에 달린 전자측정장치에 쓰레기통을 올려놓자 무게와 처리비용이 찍힌다. 식당 주인들은 교통카드를 이용해 처리비용을 지불한다. 시청 담당부서는 이를 바탕으로 월간·연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과 처리비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 식당에 대해선 협조 요청을 한다.

홍콩·싱가포르·핀란드, 첨단도시 개발
우리나라는 2008년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과 종합계획 등을 마련함으로써 스마트 시티 육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독거노인 서비스는 성남에서, 버스정보시스템은 서울에서, 음식물쓰레기 관리서비스는 전주에서 각각 시작됐다. 스마트 시티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국내 최초의 ‘유 시티(U-city)’라고 할 수 있는 화성 동탄에서는 공공지역 방범, 차량번호 인식, 불법 주정차 단속, 교통정보 제공, 실시간 교통신호 제어, 상수도 누수관리, 미디어보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도신도시에선 인터넷, 통합시설관리, 스마트카드 시스템 등 8가지를 기본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의 다양한 서비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개인의 위치정보, 소셜정보가 결합될 경우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뇌를 활용하려 하지 않고 기계에만 의존하게 되는 폐단도 초래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는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되고 응용되는 공간이다. IT 관련 기반기술과 홈네트워킹 등의 연계기술은 미·일·유럽 등 선진국이 앞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와이브로, 광케이블 등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디지털·물류·관광을 핵심으로 하는 사이버포트(Cyberport·홍콩), 바이오·미디어를 핵심으로 하는 원 노스(One-North·싱가포르), 헬싱키 최초의 공장지대인 아라비아 란타에 첨단 디자인·예술을 접목시킨 버추얼 빌리지(Virtual Village·핀란드) 등이 첨단 IT를 도시 개발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스마트 시티라고 분류할 수 있다. 해외의 스마트 시티는 대체로 IT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중소 규모의 신도시 형태로 추진되거나 영국 런던의 카나리 왈프(Canary Whalf)처럼 금융산업 유치를 위해 인위적으로 도심을 재개발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개발기술에 대한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통해 스마트 시티의 미래 모델을 모색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평가받는다. 국내의 스마트 시티는 주거지 중심의 신도시 형태로 추진되면서 주민들을 위한 인프라와 융·복합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2025년까지 인구 100만 명의 신도시 300개를 건설하려는 중국, 신도시 200개를 건설하려는 인도, 새로운 경제발전모델을 짠 아프리카·중남미 국가에 한국형 스마트 시티를 수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석호 서울대 법대, 미국 듀크대 법대에서 공부했다. 법학 박사. 통신개발연구원 사무국장, KBS 이사, 홍익대 법대 교수를 거쳐 방송·통신·정보기술(IT)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으로도 활동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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