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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선 사건 조짐 묵인한 지휘관은 불명예 제대감”

드리스콜 주한미군 해병대 부사령관(사진 왼쪽). 그린우드 주한 영국대사관 국방무관. 최정동 기자
“사병이 사령관에게 직보할 수 있는 ‘리퀘스트 마스트(Request Mast)’ 제도가 있다. 돛(mast)을 올려 자신의 뜻을 알리고 문제를 사전 예방하라는 차원이다.” (제롬 드리스콜 주한미군 해병대 부사령관)

한국군 ‘군기 위기’에 대한 미군·영국군의 조언

“2000년부터 영국군의 가치와 기준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전군이 한 부씩 상시 휴대한다. 관련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어 문제 의식을 공유한다.” (데이비드 그린우드 주한 영국대사관 국방무관)

‘군기 위기’를 어떻게 겪어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군과 영국군의 문을 두드렸다. 22일 주한 미 해병대 사령부 집무실에서 만난 드리스콜(대령) 부사령관은 먼저 “최근 사건으로 한국 해병에 대한 신뢰를 거두는 것은 한국에 손해”라고 했다. “한국 해병은 엄격한 군기와 열정적 복무 자세로 뛰어난 군”이라며 “이런 몇몇 사건 때문에 한국 군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적(북한)에게만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주한 영국 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린우드(준장) 무관은 “서열이 우선되는 군대로 다양한 연령·배경을 한 신병이 계속 들어오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병제인 한국과 모병제인 미국·영국의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군대는 군대다. 징병과 모병의 실질적 차이는 군대 문화에선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드리스콜 부사령관은 “전문성과 헌신의 가치가 최고인 군대라는 점은 미군과 한국군 모두 같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군도 구타·살인 같은 홍역을 치렀다”며 “우리가 얻은 교훈은 ‘예방이 최우선’이며 문제 원인은 군 전체에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어떤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나.
“사건·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조짐이 있을 때 묵인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며 힘을 합해 해결하는 것이다. 가혹 행위 조짐을 상관에게 보고해도 본인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 사병이 사령관에게 직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도 그 때문이다. 부사령관인 나에게 사병들은 e-메일로 신고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최후의 보루지만 이런 제도가 있어 예방이 가능하다. 보고는 적극적 후속 조치로 이어진다. 사건·사고는 결국 상관과 지휘관의 연대 책임이다.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지휘관은 불명예 제대 같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군내 질서를 위한 노력엔 무엇이 있나.
“훈련은 기본이고 강의도 체계적으로 한다. 중요한 건 역사와 해병대의 ‘스토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가르치지 않는다. 나쁜 역사도 있는 그대로 가르친다. 부끄러운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게 한다.”

-미군에 합류하는 다양한 배경의 병사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은.
“‘스토리’를 가진 해병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해병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은 ‘동료의 신뢰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의 모토가 라틴어 ‘Semper fidelis’, 즉 ‘항상 충성’인 것도 그런 이유다. 이를 선배들의 입으로 들려준다. 지난해 미 해병대 창설 기념식에서도, 6·25 참전 용사가 방한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런 기회로 사병 하나 하나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그린우드 국방 무관은 “군대의 일상인 군기와 규율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막 입대한 병사에게 기본 교육부터 철저히 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어떤 교육인가.
“군대는 민주적 가치보다 서열이 최우선인 특수 조직이다. 자유롭게 살던 신병들을 교육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군대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군은 2000년 영국군의 가치와 기준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전군에 배포했다. 군의 모든 구성원에게 성경과 같다. 지휘관부터 일반 사병까지 각각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군인의 기본 자세를 적어놨다. 20쪽 내외의 가벼운 책자로 요점만 적은 이유는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신병은 이 책자를 토대로 교육을 받고, 지휘관은 1년에 적어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책자의 내용을 토대로 하루 종일 세미나를 한다.”

-책자 내용을 소개해 달라.
“언뜻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자칫 큰 사건·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영국군의 여섯 가지 핵심 가치’를 명시한 것이다. 자기희생, 타인 존중, 왕따 등 가혹행위에 대한 대처와 처벌 규정 등이다. 어떤 일이 발생하든지 명확하게 정의되고 처벌되며 ‘회색 지대’가 없도록 했다.”

-책자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인간의 행동을 예상하고, 일어난 행동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데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판단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이런 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가능한 사건·사고를 명확히 인식하고, 솔직히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는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실제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카펫 아래로 쓸어 넣고 모른 척 회피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모두가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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