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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제발 윤리교육 시켜 군대에 보내달라”

-병영 행동 강령이 나온 배경부터 말해 달라. 일부에선 재탕이라고 비판한다.
“핵심은 사병끼리 지시를 못하게 한 것이다. 지시는 장교인 중대장-소대장-분대장을 통해서만 한다. 지금까지처럼 병장이 상병·일병·이병에게 지시·명령하지 못한다. 분대장이 직접 관리한다. 그러나 병사들 간의 위아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병장이 여전히 일병·이병을 지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거부하면 장교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한다. 전처럼 직접, 강요하는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 그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경례나 상급자에 대한 하급자의 존댓말 사용은 전과 같다. 이런 정신은 군내에 있었으나 명문화가 안 되고 추상적으로만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국방부령으로 확실히 한 것이다. 그러므로 재탕이라는 일부 지적은 옳지 않다. 불시 점검으로 조치의 시행 상태를 확인할 것이다.”

‘병영생활 강령’ 제정한 국방부 김일생 인사·복지실장


-군기를 중요시한다는 해병대에도 이런 조치가 적절한가.
“과거 정말 사망 사고가 많았다. 1년에 500명씩 대대 병력이 죽었다. 참모총장은 매일 사망 보고서를 봤다. 다 구타사고는 아니었지만 1980년대에는 구타가 군의 화두였다. 국민은 군을 못 믿었다. 그래서 2003년 ‘병 5대 금지 사항’이 나왔다. 일체의 구타·집합·지시·얼차려·암기강요를 못하게 했다. 어기면 영창이었다. 그렇게 금지하니까 7~8년 후 성과가 나왔다. 지금 육군에서 구타는 많이 줄었다. 육군 병장이 후임 병사를 ‘갈구거나’ ‘심부름’을 시켜도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의식하며 한다. 그러나 도입 당시엔 반대가 심했다. 군대를 망친다고 했다. 해·공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참이 간섭하지 않으면 노하우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물러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육군은 수용했다. 지금 해병대도 물러날 곳이 없다. 오늘의 문제는 또 달라졌다. 집단 스트레스는 본능적으로 약자로 향한다. 구타 금지가 갈굼·왕따로 진화했다. ‘너 낳고 엄마가 미역국 먹었느냐’며 슬쩍 ‘갈구는’ 것들이 쌓여 자살로 이어진다. 구타는 연간 1200명에서 500명, 300명으로 줄었는데 자살은 70~80명(장교도 포함)으로 꾸준하다.”

-문제를 일으키는 병사가 많은가.
“공식적으론 5%가 보호·관심 병사다. 인턴식으로 한 달을 본 뒤 입대시킬 수도 없고…. 개인 진술서나 인성검사인 MBTI도 100% 믿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입대 때 다 걸러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동성애자도 입대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왜 못 거르느냐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 때문에 못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동갑뻘 입대자는 최대 45만 명이었다. 그러나 복무 기간이 30개월이어서 1년에 24만 명만 입대했다. 너무 키가 크거나 작거나 뚱뚱하거나 등의 이유가 있으면 걸러내 20만 명이 빠져 나갔다. 그래서 병역 자원이 균질했고 우수했기 때문에 강한 훈련과 스트레스를 잘 이겨냈다. 역설적으로 이때 때리는 게 더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동갑뻘 입대자가 한 해 31만 명 정도다. 거기에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줄어 한 해 28만 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31만 명 중 1만여 명은 정신적 문제나 장애로 공익 근무도 못할 정도여서 못 받아들인다. 이들을 빼면 30만 명인데 그중 28만 명을 뽑으니 전처럼 걸러내고 할 게 없다. 그 과정에서 관심 병사도 들어오게 된다.

관심 병사 가운데는 코골이도 있다는 건 잘 모를 것이다. 분대당 1명꼴로 10%가 코골이란 통계가 있다. 내가 한 대대에서 본 일인데 취침 나팔이 불자 몇몇 사병이 모포·침낭을 들고 생활관을 나가더라. 코를 심하게 골면 옆에서 고참이 툭툭 건드리거나 혼을 내는데 그러다 보니 쪽잠을 자고, 나머지 병사도 피곤해진다. 잠을 못 자면 서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입대 사병 중 외동아들이 69%, 집에서 독방을 쓰던 사병이 89%다. 그래서 대대장이 코골이들만 모아 따로 취침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선진화해도 참 어렵다.”

-5% 때문에 현장 지휘관의 부담이 너무 커 정작 중요한 훈련에 지장이 있다고 한다.
“징병제 아래 국민의 자제를 받았다. 병사 관리는 지휘관의 의무이며 숙명이다.”

-그래서 군 인성 검사를 강화한다는데 효과가 있겠나.
“인성검사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걸 국민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 검사의 신뢰도는 85%, 오차가 15%다. 정확성이 95%까지 나오는 검사로 MMPI가 있는데 그러려면 정신과 의사가 하루에 두 명만 할 수 있다. 지금은 하루 2000명이 훈련소에 들어오는데 전문가도 없고 있어도 다 못 다룬다. 지난번 해병대 총기 사건을 일으킨 김 상병이 인성검사 때 정신분열증이 나왔는데 왜 입대시켰느냐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황과 심리 상태에 따라 신뢰도가 달리 나오므로 그 조사만으론 부적격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문제 병사를 조기 제대시키는 대신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게 기록을 남기면 안 되나.
“2년 전 사병 복무평가제를 도입하려 하다 실패했다. ‘의무 복무인데 왜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느냐’며 반대했다. 인권 문제라고도 했다. 지금 군이 시행하면 군이 깨질 거다.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왜 제재하느냐고 덤벼 이판사판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도 시행하면 문제 사병이 줄어 군이 더 안전해질 것이다.
“아니다. 막나가는 병사들이 아예 포기하면 더 삐뚤어진다. 공직이 목표가 아니라면 불명예를 겁내지 않는다. 더위에 행군하다 보면 ‘그냥 나가자’는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병사는 불명예라도 제대하고 싶어하는데 부모가 ‘공직에 갈 수도 있으니 그러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그 병사가 못 있겠다 자살하겠다고 해서 결국 나갔다. 지금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으로 제대하는 수가 1년에 1200명 정도다. ‘현역 부적합’ 판정이 많이 나오면 감사원에서 비리로 의심하고 감사 나온다.”

-그러니 모병제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나 독일의 모병 전환 시기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는 돼야 국가가 감당한다. 특히 대치 중인 위협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어렵다.”

-그렇다면 군필자에게 혜택을 줘서 군대 내에서의 행동을 조정하면 어떤가.
“군 가산점 얘기인데…. 현재 가산점으로 교사나 공무원 시험을 보는 1000명 미만이 혜택을 본다. 그래서 연간 제대자가 28만 명인데 무슨 소용 있느냐고 여성단체들은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손해 보는 여성은 1000명이다. 그 정도일 뿐인데 왜 그렇게 심하게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예산을 12조원으로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실 회사에서 보면 같은 학번이라도 대부분 여자 직급이 높다. 직장 동기 여성들은 대부분 남자보다 세 살 어리다. 그래서 불만이 생기는 거다. 군은 불이익이라는 손해의식이 크다. 시정해야 한다.”

-교실·교권 붕괴를 겪는 현재 고등학생 세대가 군에 들어오면 고충이 크겠다.
“당연하다. 말 안 해도 예상된다. 자기 중심적인 왕자로 크던 아이들이 문제가 많다. 그런데 엄마들이 더 문제다. 아이는 괜찮은데 엄마들이 더 난리다. 얼마 전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탈영한 일이 있었다. 면회 와서 외출을 내보냈는데 차에 태우고 나가 며칠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자식을 남편처럼 믿었는데 자식이 힘들어하는 것을 못 견뎌해 엄마가 그랬다.”

-특수 사례가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일요일이 되면 논산 훈련소의 교회·법당에 낯선 민간인이 많이 온다. 자식이 보고 싶지만 면회가 안 되니 온다. 계룡대 장군들에게도 ‘우리 애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가 수도 없이 온다. 진짜 난리다. 나도 부탁 많이 받는다. 소령 시절 솔직히 고향 동생을 도와줬지만 지금은 내 여자 동창이 ‘아들을 전방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도 할 수가 없다. 또 다른 사례로 전방 사단에 위생병 GP로 배치된 병사 케이스가 있다. 책도 읽고 보초도 안 서서 어려운 보직이 아니다. 그런데 엄마가 울면서 ‘아들이 철책선에 갔다’고 전화가 왔다. 이게 엄마의 현실이다. 군대와 신세대 기준이 아니라 엄마의 기준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 예전엔 입대하는 자식에게 아버지가 ‘고참이 괴롭힐 수 있고 힘들 일도 있지만 잘 견뎌내라. 인간세상 그런 거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지금은 ‘누가 괴롭히면 아빠한테 전화해라’고 한다.

그래서 국민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성과 협동성을 배우지 못하고 군에 들어오는 병사가 대부분이다. 자기중심적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윤리’ 과목이 대학교에 없다. 윤리가 뭐냐. 필수 아니냐. 과목을 안 들으면 졸업을 못했다. 우리 때는 교양 필수였다. 지금은 그런 교육이 많이 사라졌다.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국민의 군대인데, 군 탓만 말고 사회도 같이 해 달라는 얘기다. 군대가 따로 혼자 갈 수가 없다.”
정리=김기태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김일생 인사·정책통이다. 1군사령부 인사처장을 지냈고 육군본부에선 인사참모부 인사근무처장을 지냈다. 37사단장, 육군 3사관학교장,3군단장을 지낸 뒤 육군본부 정책실 정책연구위원장을 했다. 21대 인사·복지 실장은 전역 뒤맡게 됐다. 이 자리는 차관보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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