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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언로 보장이 군대 악습 도려내는 첫걸음

나는 60년 전 ‘귀신 잡는’ 해병대의 대대장과 전투단장으로 6·25전장을 누볐다. 해병대 군문을 떠난 지 벌써 45년.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순간도 해병대에 관한 일이 내 뇌리를 떠난 적이 없다. 잘하면 기분이 좋았고, 불상사 땐 가슴이 아팠다. 지난 4일 발생한 해병대 2사단의 총기 난사 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해병대가 어떤 군대인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전우애로 똘똘 뭉친 강한 군대 아니었던가.

그들을 생각해본다. 군에선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엄격한 명령체계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장병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실제로 구타와 가혹행위·따돌림 같은 악습이 존재하고, 각종 악성 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과거 군내 사고들은 거의 은폐됐다. 그러나 이제는 군의 모든 사건·사고가 언론에 공개된다. 예전에 장병들은 웬만한 욕설이나 가혹행위·따돌림도 참으며 지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외아들로 곱게 자란 신세대가 군에 들어와 상관·동료로부터 욕을 먹거나 가혹행위와 따돌림을 당하면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됐다. 그래서 이를 참지 못하고 탈영·자살 혹은 동료를 향해 총질을 하는 비극을 초래한다.

군의 악·폐습을 도려내는 첫걸음은 병사들의 언로(言路)를 보장하는 것이다. 인격모독을 못 참는 신세대 병사들은 불이익이 없다는 보장만 있다면 신고를 꺼리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이 일선 지휘계통을 통해, 때로는 연대장·사단장에게 바로 신고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문화와 가치는 다소 다를지라도 장교에게만 경례를 하고 이병에서 상사까지는 서로 경례하지 않는 미군의 병영 문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직책에 따라 소대장·분대장·조장 지휘계통을 확립하고 병사끼리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구조이면서도 임무 수행 및 관리가 전반적으로 잘되고 있다. 우리 젊은이의 문화에도 배울 것이 있다. 고유한 문화와 인간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재수생·삼수생·복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친구가 되고 형이라 부르면서 동기생으로서 서로 도우며 공부하는 대학문화에서 군 시스템 개선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하는 군 장병과 그 가족은 국가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훈련이나 교전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면 국가는 충분한 보상과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보답해야 한다. 그 이외에는 어떤 경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은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합당한 대우의 핵심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가는 국방 의무가 신성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공정식 1925년생. 해군사관학교 1기, 제6대(1964~66년) 해병대사령관을 지냈다. 6ㆍ25전쟁 당시 해병대 대대장, 제3전투단장으로 활약했고 베트남전에 청룡부대를 파병할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다. 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해병대 전략연구소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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