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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등급 매겨 군 출신에 인기 … 유소연 클럽은 8500만원

이달 초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혼마 클럽을 썼다. 이 회사는 52년 역사상 혼마와 계약한 프로의 첫 메이저 우승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혼마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니다. 1970~80년대 한국에서 이 막대기는 성공의 상징 중 하나였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22> 한국서 왕대접 받는 혼마 

업계에 의하면 혼마는 당시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골퍼가 혼마를 갖고 싶어했다. 이 특이한 현상은 혼마의 ‘별’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하다. 혼마는 클럽을 등급으로 나눠 2~5스타까지 만든다. 당시는 군부정권이었고 별은 정·관계와 재계의 요직을 장악한 군 출신 인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상징이었다. 당연히 최고의 군인을 의미하는 5스타 클럽의 가치가 컸다. 당시 보스가 4스타를 쓰면 부하 직원은 최소한 면전에서는 그 이상의 별이 달린 클럽을 쓰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군인 출신인 김종필 전 총리는 혼마의 창업자인 혼마 유키히로(78)와 친구였고 이 클럽의 예찬론자였다.

유소연이 쓴 클럽은 5스타다. 가격은 8500만원이다. 드라이버와 우드, 퍼터가 600만원씩이고 아이언세트는 5500만원이다. 혼마는 “5스타는 수제품이며 한국에 상주하는 장인 2명이 고객의 스윙을 직접 분석해 얻은 자료를 일본에 보내 따로 금형을 떠 제작한다”고 했다. 샤프트는 물론 헤드까지 피팅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거다. 한장상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은 “혼마가 특이하게 멀리 간다는 것은 과장이며 4번 아이언의 로프트로 5번 아이언을 만드는 정도”라고 했다.

5스타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일종의 홍보용 제품이다. 주력은 2스타와 3스타다. 아이언세트를 기준으로 4스타가 1700만원, 3스타가 650만원, 2스타가 360만원이다. 2스타도 일본 클럽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매겨놓는다.

일본에서 혼마는 작은 브랜드다. 59년 요코하마 인근에서 공방으로 시작했다. 근처 골프장에 두더지가 많아 이를 로고로 썼다. 그 혼마가 이나마 성장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한장상 고문이다. 그는 “일본 투어에서 성적이 신통치 않아 용품 회사들이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영세업체인 혼마에서 클럽을 써 달라고 해서 받았다”고 기억했다. 혼마 클럽을 쓴 지 4개월 만인 72년 여름 한장상은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한 고문은 1년 만에 혼마와 결별하고 미즈노와 계약을 했다. 혼마는 일본오픈 우승자와 계약할 규모가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그래도 정은 남아 있었다. 한 고문은 “결별 후 3~4년간 한국 프로들이 일본에 오면 혼마에 데려가서 클럽을 공짜로 맞춰주곤 했다”고 말했다.

한 고문과 김종필씨 등으로 인해 혼마는 한국에서 메이저 골프클럽 회사가 됐다. 한 고문은 “혼마 전체 매출 중 한국의 비중이 60% 이상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마를 한국이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의 혼마 영업직원들이 일본 본사에 가면 칙사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 혼마는 여전히 규모가 작았고 회사를 키우려다 부도가 났다. 지난해 말 소형가전 OEM을 하는 중국 기업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혼마를 인수했다. 골프 사업에 진출하려던 중국 기업은 ‘메이드 인 재팬’ 브랜드가 필요했다. 중국은 부자들만 골프를 하는데 그들은 중국산을 사지 않는다.
부도를 겪는 동안 혼마의 가치는 많이 떨어졌고 이전에 남아 있는 재고들이 시장을 떠돈다. 20일 현재 인터넷에서는 혼마의 2스타 아이언 세트를 119만원에 판다는 광고가 검색된다. 혼마가 군부정권 시대의 명성을 다시 찾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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