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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3조 달러’ 덫에 빠진 중국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넘어섰다. 많은 투자자가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액을 힘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중국이 ‘금융 아마겟돈(종말론적 파국)’에 대비해 성채를 굳건히 한 것으로 이해한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국은 덫에 걸려 있고, 존재하지 않는 출구를 찾아 몸부림치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인기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일본 엔화만도 못하다. 일본은 산더미 같은 국가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고령화는 빨라지고 있으며,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일본 국채를 선호한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중국 입장에선 미국 국채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별로 없다. 중국이 달러를 팔고 그리스나 이탈리아 자산을 사야 할까. 아니면 분산투자 차원에서 스위스 프랑의 비중을 늘릴 것인가. 내 대답은 회의적이다. 남는 것은 일본 정도다. 그러나 일본 국채 투자는 수익률이 너무 낮다. 10년 만기짜리가 연 1.06%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일본 국채의 약 95%는 일본 사람들이 쥐고 있다. 중국이 손을 뻗어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다른 아시아 채권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거나 유동성이 부족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은 외환 시장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뛰어난 기술과 순발력으로 게임을 해왔다. 저평가된 위안화는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더 이상은 어렵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차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국가부채 한도를 늘리려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달러는 싸지고 위안화는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한 달러’와 변동환율제를 전제로 성립된 ‘브레턴우즈 2단계’는 지금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금본위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낭만적인 공상에 불과하다.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거나 산더미 같은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생각도 비현실적이다.

9·11 테러 이후 최대 승자는 중국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승자도 중국이다. 미국은 소모적인 전쟁을 치르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세계의 인심도 많이 잃었다. 반면 중국은 그 시간에 친구를 만들고 귀중한 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현재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고 발전소를 지으며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되고 싶다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수많은 변덕스러운 투자자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시대의 역설이다. 외환보유액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무조건 높게 쌓아 올린다고 좋은 것이 결코 아니다. 만일 지금 중국이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내다판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붕괴할 것이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금융시장의 거품을 더했을 뿐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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