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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판정 받으면 수십억짜리 미술품도 수입 세금 ‘0’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 ‘신생’
어느 날 외국 미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를 위해 항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통관 중 뜻하지 않았던 문제가 일어났다. 엄연히 미술 작품인데도 세관 당국이 예술품이라고 보지 않아 판매가의 40%에 해당하는 관세를 작품들에 부과한 것이다. 고생 끝에 귀한 작품들을 어렵게 가져온 전시회사는 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은 작품들이 예술품이라고 판결해 관세를 면제해 주었다.

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19> 작품과 상품 사이의 미술

소동의 대상이 된 작가는 훗날 현대 미술의 거장이 된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
tin Brancusi)였다. 이 일은 아직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인 1926년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캔버스 안에만 얌전히 머물러 있던 미술이 밖으로 뛰쳐나온 20세기 이후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얼마 전 시청자들로부터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입은 깜찍한 아트 티셔츠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아트 티셔츠는 보통 티셔츠와 달리 티셔츠에 여러 가지 미술적 표현을 하여 작가의 독특한 감정이나 생각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트 티셔츠는 미술 작품일까 아니면 그저 상품일까? 이러한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다 세금 때문이다. 현재 미술품은 관세법상 수출입을 할 때 세관신고만 하면 대부분 관세나 부가세 등 세금을 내지 않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아트 티셔츠가 미술 작품으로 인정받는다면 이런 ‘작품’들을 외국에서 수입할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난 2004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김모씨의 비디오 아트 작품 ‘바늘여인’이 우리나라 세관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작품을 수입한 측에서는 이 작품이 미술품이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관에서는 ‘바늘여인’이란 작품은 결국 DVD 몇 장인데 이것은 관세율표상 ‘음성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영상이 기록된 레코드, 테이프와 기타 매체’이므로 작품을 수입한 측이 관세와 부가세 등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수입자는 관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국 법원은 작품이 예술품이므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좋다고 판결한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외국의 여러 도시 중심지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을 촬영해 DVD로 제작한 작품이었다.

물론 미술적 측면에서 보면 DVD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과 표현 방법이 더 중요하다. 세관에서 보기에는 그저 DVD 몇 장이겠지만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DVD에 담긴 영상을 작가가 지시한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어 작가가 뜻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때 법원은 판결문에서 ‘바늘여인’이 당시 관세율 분류기준으로는 예술품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소재를 현장에 설치·조립해 완성하는 이른바 설치미술은 전시공간을 환경화하는 방법으로 조형한다는 점에서 관세법에 따른 분류상 레코드라기보다는 오히려 조각에 가장 가깝다고 보았다. 이처럼 법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한 법원의 결정은 많은 미술계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대 미술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관세청도 법원도 어느 작품이 미술 작품인지 아닌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고충이 있다. 미술 작품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우리나라에서 미술 작품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를 악용해 미술 작품을 가장한 수입품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미술품 수입액은 요즈음의 전·월세처럼 마구 뛰어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품 수입액은 2005년에 비해 5년이 지난 2010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1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미술품 수입이 모두 무관세 수입이다. 즉, 무역업자들이 몇만원짜리 신발을 수입하는데도 누구나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지만 한 개에 수십억원이 넘는 미술품은 수입을 하는 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실정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미술품에 대한 관세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미술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면을 보니 우리가 비록 일본보다 국민소득은 낮아도 역시 문화 선진국인가 보다.



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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