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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해리 포터의 고민









2000년. ‘해리 포터’ 오디션에 참가한 런던 출신의 11세 소년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1년 뒤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가 됐다.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원작을 영화화한 첫 작품 ‘마법사의 돌’은 소설 못잖게 성공했고, 제작자들은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빠른 성장이 변수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3편 ‘아즈카반의 죄수’(2004)에 나온 래드클리프의 모습은 2편과 확연히 달랐다. 이미 1999년에 출간된 소설 속 해리는 아직 12세였지만 15세를 맞은 래드클리프는 더 이상 앳된 얼굴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설 속 어린이들의 모습은 이후의 영화에서 청소년용으로 급격히 다듬어졌다. 원작자 롤링도 시리즈 6편 ‘혼혈왕자’부터 이런 변화를 내용에 반영했다. 원작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주인공 배우의 성장이 다시 소설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가 살아있었다면 흥미로워했을 상황이다.



 한 캐릭터를 오래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모습과 극중 역할의 괴리로 종종 곤란을 겪곤 한다. 인기 시리즈 ‘스타 트렉’에서 뾰족귀 외계인 스포크를 연기한 배우 레너드 니모이의 자서전 제목은 『나는 스포크가 아니다(I am not Spock)』였다. 오죽하면 이런 제목을 달았을지 상상이 간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무려 48편이나 끌고 간 아쓰미 기요시는 정체성 혼란에 대한 독특한 대처로 유명하다. 아쓰미는 1969년부터 26년간, 죽기 1년 전까지 주인공 토라지로 역을 연기하며 온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쓰미는 영화 속 토라지로와는 정반대의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토라지로의 모습을 기대하자 그는 아예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배우들과의 공연한 식사는 물론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고, 사는 곳이 알려질까 봐 택시를 타도 동네 입구에서 내렸다.



 래드클리프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은 멋진 나날이었지만 ‘마술을 부려 보라’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누군가 연극 ‘에쿠우스’에서 정말 훌륭했다고 말해줬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차기작 ‘우먼 인 블랙’의 첫 장면에선 데뷔 후 처음으로 ‘안경을 쓰지 않은’ 그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다. 성장에 이어 변신에도 성공할지 기대된다.



송원섭 jTBC 편성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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