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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도시설계가 김석철 교수가 제안하는 ‘한반도 개조론’





남·북·중·일·러 ‘황해도시공동체’ 주창하는 도시설계가
“남북이 손잡고 동·서해 물길로 잇자 ”



[사진=박종근 기자]



김석철(68) 명지대 석좌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경기고·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했고, 건축가 김중업·김수근에게 배웠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건축보다 도시계획을 더 많이 했다. 20대에 종묘~남산 간 재개발계획,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짰다. 일찍 두각을 드러낸 덕에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중국·캄보디아·동유럽·중동의 신도시 설계에 참여했다. 뉴욕·베이징·베네치아의 건축대학에서 교수도 지냈다. 그는 박학다식하다. 역사·지리·수리철학·양자역학을 폭넓게 공부했다. 경기고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평생 지인인 조창걸(72) 한샘 명예회장과 함께 나이 스물일곱에 서울대 응용과학연구소를 창설하기도 했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함께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백남준-김석철 2인전’을 연 적도 있다.



 2003년 이후 그는 암과 심장질환 때문에 대수술을 서너 차례 받았다. 최근 서울 가회동 연구실에서 를 맞이했을 때 그는 매우 수척했다. 하지만 인터뷰하는 그는 열정적이고, 더러는 격정적이었다. 중국의 주자와 마오쩌둥(毛澤東), 유럽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나폴레옹, 미국의 제퍼슨 대통령을 언급하며 도시설계에 대한 그의 포부를 드러냈다.



 김 교수는 연말을 목표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2』라는 책을 집필 중이다. 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의 미래 공간 전략을 담는다고 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중국·러시아·일본을 엮는 황해도시공동체가 핵심 내용이다. 그는 “서둘러야 한다. 당장이라도 김정일을 만나 설득하고 싶다”고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물길로 동·서해 이으면 동북아 다리가 된다”

황해도시공동체 구상




김석철 교수는 인터뷰 중 ‘마스터플랜’과 ‘책략(策略)’이라는 표현을 섞어 썼다. 마스터플랜(masterplan)이 ‘이상’이라면 책략은 ‘생존 전략’이다.



 그는 “한반도가 중국·일본·러시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황해도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남북 관통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 황해도시공동체인가.



 “한국 문명은 황해를 중심으로 이룩됐다. 삼국시대에도 서로들 황해로 나가는 길을 확보하려고 기를 쓰고 싸우지 않았나. 중국 부(富)의 60%가 중국 동부 해안에 몰려 있다. 황해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 세계 최대 자원 국가인 러시아, 세계 2대 현금 국가인 일본이 모여 있지 않나.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황해도시공동체 속에서 한반도 내의 공간전략은 어떻게 짜게 되나.



 “수도권, 이북권, 충청영호남지방권 이렇게 3개의 지방권으로 나눈다. 각각 2500만 인구를 갖는 지방권이다. 현재의 충청·영남·호남은 스스로를 경쟁관계로 보지 말고, 2500만의 지방권을 이루는 협력관계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갖는다.”



●남북 관통 운하는 무엇인가.



 “북한 원산에서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오면 바로 한강 상류와 만난다. 동해·추가령구조곡·임진강·한강을 잇는 물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러시아·중국·일본을 잇는 최단 루트가 된다.”



 ‘추가령구조곡’은 원산에서 서울을 지나 서해안까지 전개되는 좁고 긴 골짜기다. 지형·지질학적으로 남북을 가르는 선이다. 김 교수는 남북 관통 운하를 얘기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꺼냈다.



 “한국에 절실한 게 에너지다. 천연가스가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대체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시베리아 아닌가. 천연가스는 발굴을 시작하면 중간에 밸브를 닫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러시아도 천연가스를 팔 곳이 필요하다. 시베리아 가스관은 이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내려와 있다. 남북 관통 운하에 가스관을 내자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 비용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단순히 가스관만 만들지 말고 수로를 내자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때문에 운하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대운하로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한다는 구상은 난센스다. 장차 KTX로 전 국토가 다 연결될 텐데 뭐하러 한반도 대운하를 하나. 남북 관통 운하는 차원이 다르다. 동해와 황해를 연결하면 한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중국·일본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엄청난 사업 아닌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고 나서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를 관통하는 미디 운하를 만들었다. 남북 관통 운하는 미디 운하의 3분의 1 공정이면 충분히 만든다. 동해는 러시아·중국·북한·일본·한국이 공유하는 바다다. 이런 동해와 세계 최강의 경제권역인 황해를 연결한다면 세계 최고의 운하가 될 수 있다.”



●백두대간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 에너지와 사람만 운하로 다니게 하는 것이다. 미디 운하에도 몇천t짜리 배가 다니진 않는다. 몇백t짜리 배면 충분하다.”



 김 교수는 운하 얘기를 하다 식수 문제를 집어들었다.



 “에너지 다음으로 중요한 게 식수다. 수도권 일대가 연간 10억t의 물이 부족하게 된다. 현재로선 그걸 해결할 길이 없다. 식수가 어디서 나오나. 백두대간에서 오는 것 아닌가. 그걸 북한의 금강산댐이 막고 있다. 백두대간의 물을 이 수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바로 가지고 오자는 거다.”



●예산이 엄청 들 것 같은데.



 “10조원 정도 든다. 임진강에 60년 동안 쌓인 모래가 있는데, 그걸로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북한이 동의해야 가능한 것 아닌가.



 “북한이 지금 제일 필요한 게 에너지다. 밤에 보면 캄캄하지 않은가. 남북이 같이 사는,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연말께에 『한반도 희망의 프로젝트2』라는 책을 내려 한다. 여기서 이북 도시들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제안하려 한다. 한반도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북한과 함께 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내가 부탁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내가 설득하겠다고. 이북이 사는 길을 내가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을 설득할 수 있나.



 “ 북한이 망할 때 제일 손해보는 사람이 김정일 아니냐. 그걸 파고들어야 한다. 김정일은 세계 최고 요충지의 지배자다. 나에게 김정일을 설득할 수 있는 강점이 하나 있다. 내가 이북 원산에서 태어났다. 하하하.”



●한반도 마스터플랜의 실행이 시급한가.



 “지금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바로 중국이 들어온다. 중국이 100만 대군을 파견한 적이 세 번 있다. 그게 다 한반도였다. 수 문제, 청 태종이 그랬다. 마오쩌둥도 그러지 않았나.”



●지금은 정권 후반기 아닌가.



“정권 초기에는 간신들이 들끓어 순수한 마스터플랜을 만들 수 없다. 정권 말기에 간신들도 사라지고, 대통령도 욕심이 줄어든다. 그래서 절호의 찬스다. 임기 중에 한반도 마스터플랜을 선언하고, 다음 정권이 이것을 이어받게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는 수도·이북·충청영호남권으로”

“제2의 한양을 만드는 사람”




한국 사회는 국토에 손을 대는 각종 ‘마스터플랜’ ‘프로젝트’에 신물 나 있다. 그런 플랜들은 대개 특정 정권이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는 선물 보따리에 다름 아니었던 까닭이다. 보따리는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을 ‘골병’들게 했다. 결국 쓸모도 없고 세금만 낭비하게 하는 애물단지로 남은 경우도 많았다.



 이런 현상들에 대한 김석철 교수의 평가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스물여섯 살에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했던데.



 “20대에 내가 좀 유명했다. 서울대 건축과 다닐 때부터 그랬다. 박정희 대통령이 여의도 마스터플랜만 만들어 달라 하는데, 한강 마스터플랜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강 플랜 없이 어떻게 여의도 플랜이 나오겠나. 한강 플랜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한강 선을 내가 그렸다. 원래는 한강이 여의도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게 하려고 계획했다. 5·16 광장이 여의도 계획에 끼어들고, 내 생각대로만 되진 않았다.”



●한국 말고도 베이징, 그리고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 프놈펜의 마스터플랜 작업도 했던데.



 “앞으로 아시아에서 10억 인구의 도시화가 이루어진다. 유럽과 미국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도시가 생겨날 거다. 르네상스·산업혁명 같은 문명사적 변화다. 문제는 아시아가 서구의 근대도시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 근대도시가 왜 문제인가.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도시들을 봐라. 인류의 5%가 전체 에너지의 25%를 쓰는 구조다. 아시아의 신도시들이 서구 모델을 따라가면 인류는 공멸한다. 최소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문화를 이끌어 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유럽 중세 도시들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1500년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로마 인근의 ‘볼테라(Volterra)’는 인구가 2만 명뿐인데 오페라 하우스도 가지고 있다. 그 도시 사람들은 로마에 갈 생각은 꿈에도 안 한다. 세계에서 제일 좋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런 도시 설계에 관해 한반도가 인류 최고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무슨 뜻인가.



 “중세 최고의 도시가 서울이다. 완전히 계획된 도시다. 이데올로기 혁명을 통해 유교국가라는 지식국가를 만들어낸 거다. 그 설계를 정도전이 했다. 말하자면 내가 제2의 한양들을 만들고 있다.”



●김 교수가 제2의 정도전이란 말인가.



 “하하하. 제2의 정도전은 아니다. 정도전 이후에 정약용이 도시 설계를 했으니까. 하지만 정약용이 설계한 수원화성에 대해 나는 아주 비판적이다. 당시에 노론이 수도를 다 장악하고 있으니까 정조가 신도시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약용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했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을 했다던데.



 “지금 보면 지방들이 서울과 1대1로 붙으려고 한다. 서울을 ‘블랙홀’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서울을 따라가려고 한다. 그런 식이면 지방권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지방권이 자립하고 연대하는 차원에서 과학벨트나 신공항 문제를 봐야 한다. 충청·영남·호남을 묶으면 2500만 명의 지방권 아닌가. 그것을 위한 ‘세계 공항’을 구상해야지 영남을 위한 신공항을 짓자고 하면 안 된다.”



●정치인들이야 자기 지역을 우선하는 게 보통 아닌가.



 “그래서 국가 인프라는 아무나 관여하는 게 아니다. 지역구만 대변하는 게 국회의원은 아니지 않나. 600년 역사상 초유의 상황인데 자기 지역구를 생각하고 한반도 인프라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건 범죄다.”



●서남해안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남한이 원래부터 경부선 축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일본 육군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그 계획이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 국도 1호가 목포~서울 간 아닌가. 해방 당시 목포 인구 중 한국인이 10%가 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만큼 서남해안은 잠재력이 크다. 중국과 바로 연결되지 않나. 한반도의 숨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거기 있다.”



●현재 서남해안은 J프로젝트로 개발 중이다.



 “서남해안을 섣불리 손대면 안 된다. 그런데 J프로젝트 보고 내가 아연실색했다. 이건 뭐 그냥 지역구 민원 해결 사업이다. 바다를 파괴하는 게 다리다. 베네치아에선 인근 섬과 잇는 다리 놓는 계획을 100년째 하고 있다. 반대가 많으니까. 그런데 다리 놓고 공단 만드는 게 J프로젝트의 80%더라.”



●개발이 능사가 아니란 말인가.



 “가장 이상적인 도시는 소도시다. 마오쩌둥이 생각한 중국의 현대화도 소도시화였다. 도시경쟁력을 가지면서도 농촌의 풍요로움과 역사의 품위를 잃지 않는 조그마한 도시는 굉장히 아름답고 힘이 있다. 그런 도시로 한반도를 뒤덮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도시 경쟁력이라는 것도 필요하긴 하다. 세계와 경쟁하는 도시는 서울 하나면 된다. 왜 한반도의 모든 도시가 세계와 경쟁하려고 하나. 할 필요도 없고, 한다고 되지도 않는 일을. 자기들을 위한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도시계획자’라는 것은 무엇인가.



 “도시계획자는 스스로를 성직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도시계획자는 100년, 200년 뒤를 내다보는 책략을 만드는 사람이다.”





j칵테일 >> 김석동 금융위장의 형 … “동생은 천재 아니죠”











김석철(68) 교수와 매우 닮은 이가 있다. 김석동(58·사진) 금융위원장이다. 형제지간이다.



●어릴 적에 두 분 관계는 어땠습니까.



 “우리가 부산 부민초등학교를 나왔어요. 제가 16회 어린이회장을 했고, 걔가 26회 회장을 했어요. 중학교도 저를 따라오고, 경기고도 저를 따라 그대로 왔죠. 동생이 경기고 입학했을 때 선생님들이 대뜸 ‘너, 석철이 동생이지?” 했대요. 제가 수학으로 이름을 좀 날렸으니까 선생님들이 다 알았죠.”



●형으로서 보기에 김석동 위원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동생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인은 위대하다’ ‘청와대를 경복궁으로 옮겨야 한다’ 이런 말을 했죠. 그래서 동기들 사이에서 걔 별명이 ‘원단’이었어요. 워낙 청렴해서 중수부에서 뒤지고 뒤져도 나올 게 없는 사람이에요.”



●형제분들이 다 천재 소리를 들으셨겠습니다.



“동생은 그 케이스는 아니고요. 왜냐하면 경기고에서 쉽게 ‘천재’라고 안 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셨나요.



 “시험을 위한 공부는 제가 안 했어요. 고3 때 제가 사서삼경을 공부했어요. 성균관장을 하신 호정 선생님에게 매일 꿇어앉아서 배웠죠.”



●학교 공부는 게을리하셨군요.



 “전 시험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는 편이었죠. 시험 때는 오전 수업만 해서 좋았죠. 수업 들어봐야 뻔한 얘기 아니에요. 그걸 또 뭐 복습들을 하고…. 도토리 키 재기 해서 모인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간혹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죠. 행동하는 지식인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잖아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머리를 쓰지 않으면 가위 수재라 할 수 없죠.”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김석철
(金錫澈)
[現] 종합건축사사무소아키반 대표
[現]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과 석좌교수
19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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