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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지구촌 나라들 이간질하는 노인문제





고령화 사회





회색 쇼크

테드 C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반비

496쪽, 2만원




2050년 한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으리라는 유엔(국제연합)의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연금·보험 등 사회·경제제도는 물론 가족과 이웃, 지역공동체 등 사회적 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령화는 국가 차원의 제도정비뿐 아니라 개인 차원의 치밀한 준비가 요구되는 우리 시대의 핵심 이슈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령화 문제를 조명한 신간 세 권을 살펴본다.









고령화 현상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세대·남녀갈등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겪지 못했던 사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개개인의 준비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공원 벤치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노인의 모습. [블룸버그]



‘노인 공경’이 아니라 ‘노인 공격’이란 개탄이 나왔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있는 젊은이를 지적한 노인이 봉변을 당한 일을 두고서다. 고령화 사회에서 벌어지는 세대간 갈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다.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세계 각국의 수백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노인문제를 파고 든 것이다. 결론은? 제목이 시사하듯 고령화는 지구촌을 강타한, 그러면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규정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구학사상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는 2050년이면 미국의 경우, 100세 이상 인구만 25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유럽에선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선 4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절반 정도가 되면서 65세 이상의 비율이 18.5%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고령 지구촌’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단다. 우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고대 로마인들의 기대수명은 25세였고, 1900년까지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30세였다.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의료 개선과 기술문명의 발달로 오늘날 전세계 기대수명은 64세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출산율은 낮아졌다. 결국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고령화가 청년 대 노년, 여성 대 남성, 노동자 대 고용주, 국가 대 국가의 갈등을 유발하고,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청년실업에서 지정학적 구도의 변화까지 21세기 온갖 사회문제의 뿌리는 고령화라고 지적하며 이를 고령화가 ‘이간질’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스케치하듯 독특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는 지금 저희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어머니를 먹이고 씻겨야 해요. 저는 제 집에 유괴당한 기분이에요.” 92세 된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스페인의 한 부부 이야기다. 그들 자신도 70대로, 은퇴 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부모 부양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자식과 부모간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자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조부모 4명과 부모 6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누레오치바(濡れ落ち葉)’란 일본어 표현이 있다. 쓸어도 잘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을 말하는데 은퇴한 뒤 아내를 귀찮게 하는 은퇴한 남성을 일컫는다. ‘덩치 큰 괴물’이란 표현도 나온다. 고장난 냉장고나 부서진 안락의자처럼 제 구실은 못하지만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너무 큰 물건을 뜻하는데 역시 일본 주부들이 은퇴한 남편을 불편하게 여기는 심정이 담겼다.



 세대간 갈등은 ‘연령차별’ ‘세대거래’란 용어를 낳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은근히 퇴직을 강요하거나 청년들이 이전보다 못한 대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현실이 ‘연령차별’의 결과다. 반면 베이징에선 ‘세대거래’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십만 호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이전에 살던 고령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6만~100만 명을 쫓아낸 것을 이른 용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탄 세계화의 원인(遠因)도 고령화다. 기업들이 인력과 자금· 상품 이동의 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젊은이들이 많은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고령화로 국내 노동인구가 줄어든 것을 벌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 결과 선진국에선 이민노동자들이 저임금 직종을 놓고 고령자들과 다투고, 제3세계는 젊은 층의 유출로 급속히 고령화한다는 지적이다.



 고령화는 국제정치에도 파장을 미친다. 사회복지제도를 등한히 한 댓가로 고도 성장을 이룩해온 중국은 강대국 지위에 오르기 전 고령인구 문제로 커다란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섭섭하게도 책에는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는 대안 모색을 정책전문서나 논문에 미뤄놓았다. 실상 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뾰족한 해법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니 책을 덮고 나면 막막하다. 무섭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발점으로 읽어야 한다.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고령화 사회의 실상을 마냥외면할 수는 없다. 현실에 직면하면서 자신이 어디쯤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적게 기대하고 많이 베풀기’ 지혜롭게 늙는 법이죠











당당하게 늙고 싶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리수

176쪽, 1만2000원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80·曾野綾子)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계로록(戒老錄)』를 펴낸 게 거의 40년 전 일이다. 37세에 이미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그가 나이들어서 경계해야 할 일들을 아주 일상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해 1972년 첫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일본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다.



 『당당하게 늙고 싶다』는 소노 아야코의 최근 저작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돼 300만 부가 판매됐다고 하는데,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갖춰야 할 7가지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노인이든 젊은이이든 원칙은 어디까지 자립이다’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7가지는 ▶자립과 자율 ▶죽을 때까지 일한다 ▶배우자·자식과 원만한 관계 유지 ▶돈 문제로 어려움 겪지 않기 ▶고독 속에도 인생을 즐기기▶늙음·질병·죽음과 친해지지 ▶신의 잣대로 세상을 보기 등이다.



 흔히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하지만, 지은이는 자기 나름대로 노화를 측정하는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해주지 않는다 지수’다. ‘누가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면 노화가 시작됐다는 증거란다. 지은이는 “나이 듦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며, 자격도, 지위도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나이가 아무리 젊어도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고 있다면 노인”이라고 강조한다. 적게 기대하고, 많이 베푸는 게 ‘나이 듦의 지혜’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정년 이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꿈 같은 시절은 지나갔다’고 단언한다. 외부적 요인, 즉 사회 환경에만 기대지 말고 나 자신이 떠안야 할 고령화 시대의 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나긋나긋한 문장으로 쓰여져 쉽게 읽히는 글이지만, 행간에서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풍경이 실감나게 읽힌다.



  이은주 기자



쓸쓸히 홀로 죽는다는 것

두려워 할 일 아니라는데…












사람은 홀로 죽는다

시마다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미래의 창

239쪽, 1만1000원




지난해 초 일본 국민들은 NHK의 한 프로그램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무연(無緣)사회:무연사 3만2천명의 충격’이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이 책은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무연사회의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종교학자다. 도쿄대학 박사과정(종교학)을 수료한 뒤 일본여자대학 교수를 거쳐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센터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죽음을 중요한 주제로 연구하는 종교학자 답게 저자는 무연사회를 공포스럽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고 조언한다. 현대인의 미래상으로 인정하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直葬:장례없이 화장하는 것)이 늘어나는 등 장례 절차가 간소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과거엔 전쟁이나 병으로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 혼을 달래기 위해 장례나 제사가 강조됐지만 보통 80~90대까지 사는 요즘엔 이 같은 전통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많던, 쓸쓸히 혼자 죽던 모든 죽음은 본질적으로 무연사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동양종교에서는 오히려 무연사를 강조한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에선 생의 마지막 단계로 가정과 재산을 모두 버리고 무일푼으로 방랑하는 ‘유행기’를 두고 있다. 떠돌다 홀로 죽는 무연사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중병에 걸려 무연사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 그는 또 도쿄 지하철 가스테러를 일으켰던 옴진리교를 옹호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대학 교수를 그만두는 ‘사회적 죽음’을 겪었다.



 “무연사회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롭고 가능성이 많은 사회다. 우리는 앞으로 무연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미리 각오를 다진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사라질 것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연고자 없이 사망한 ‘고독사’ 가 174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한국의 무연사는 일본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도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의 죽음도 발견하지 못하는 ‘무연사회’로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의 무연사회에 대한 접근법은 점점 일본사회를 닮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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